경제·금융

질서의식/김광평 대한생명 대표이사(로터리)

유람선을 싣고 흐르는 아름다운 한강을 바라보면서 필자는 가끔 순응과 순리의 법칙에 대해 생각해보곤 한다.네모나면 네모낳게, 각이 지면 각이 진대로 물은 자신을 틀에 맞게 담글줄 암이 곧 순응이요, 높은데서 낮은데로, 작은 물은 큰 물로 합쳐짐이 또한 순리이니 이것이 곧 올바른 생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켜야 할 질서를 말없이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음이 아닌가. 참으로 훌륭한 스승을 우리는 지척에 두고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들이 지키고 있는 질서는 어떠한 것인지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서로 먼저 가기 위해 오히려 혼잡을 부추기는 교통질서는 물론이요, 스포츠 경기가 끝나고 나면 관중석을 뒤덮고 있는 쓰레기, 주차문제로 이웃간에 얼굴을 붉히는 일 등은 실종된 우리의 질서모습들인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벌써 질서 무감각증에 걸려 있는지도 모른다. 텅빈 관중석 위에 나뒹구는 쓰레기더미는 질서를 애써 외면한 부끄러운 우리들의 자화상은 아닌지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부끄러운 마음뿐이다. 그리고 비단 순서를 잘 지키고 새치기를 하지 않는 것만이 질서의 전부는 아닌 것같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엄연한 질서가 존재하고 있다. 자신이 속한 환경과 지위에 따라, 그리고 국민으로서 도리를 다할 본분이 있는 것이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나로부터의 질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데 있다. 흔히 「성숙한 질서의식」이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이는 바로 남이 지켜서 되는 일이 아니라 바로 자신부터 지켜야 가능한 일이다. 자신은 바쁘다는 핑계로 끼여들기를 하면서 남이 자신앞으로 끼여들면 절대로 용납 못하는 일은 어찌된 일인가. 질서를 지키자 지키자 하면서 자신은 정작 지키지 못한다면 「성숙한 질서의식」은 요원한 일이 되고 만다. 자신의 자리에서 순리에 맞도록 행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남을 생각할 줄 안다면 그것이 바로 아름다운 질서의식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오늘도 말없이 흐르는 아름다운 한강을 내려다보면서 한강 위를 오고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다. 질서는 아름다운 것이며 편안하고 분명 가치가 있는 일인가 하면 바로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또한 나라를 건강하게 하고 우리 자신을 살찌우는 일일 뿐 아니라 후손들에게 물려줄 가장 훌륭한 문화유산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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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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