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새영화] 포화속으로

전투 내몰린 학도병… "전쟁 왜 해야하나요"<br>한국전쟁 당시 어린 학생들 비극·공포 생생하게 묘사<br>이념 벗어던진 감성적 전쟁영화… "뮤직비디오 보는 듯"

'학도병' 이라는 이름으로 참전했던 71명 어린 학생들의 활약상을 담은 영화 '포화속으로'의 한장면.

'어머니, 제가 아는 북한군은 머리에 뿔이 달린 괴수였습니다. 그런데 그들도 우리와 같은 언어를 쓰며 죽기 전에 어무이를 찾는 사람이었습니다.…(중략)…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학도병 중대장 '오장범'의 편지)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메야 하는 청년들이 머리에 띠를 두르고 총을 멘다. 난생 처음 만져보는 총에 신이 나서 장난을 치다가 수류탄을 잘못 터뜨려 식량을 모두 날리기도 하고 전쟁 중이라는 걸 잊은 채 노래를 부르고 춤추며 놀기도 한다. 그들은 전혀 모른다. 전쟁을 왜 해야 하는지, 자신이 왜 전쟁터에 나와야 했는지. 영화 '포화속으로'는 한국전쟁 당시 '학도병'이라는 이름으로 참전했던 71명의 어린 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전쟁 영화다. 113억원이라는 제작비와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라는 시기적 이유 때문에 영화는 개봉 전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3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는 전쟁영화라는 장르에도 불구하고 서정적인 감성이 가득했다. 화려한 전쟁 신은 충분했으나 어린 아이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기존의 전쟁 영화와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장점인 동시에 너무 '착하고 감성적'이라는 양날의 칼로 작용한 것이다. 영화는 낙동강 전투에 투입된 군인들을 대신해 포항을 지키는 임무를 맡은 학도병들이 북한군과 11시간 동안 접전한 끝에 47명이 사망한 '포항전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71명 학도병들의 이야기가 하나 하나 그려지기보다는 학도병들의 중대장을 맡은 오장범(최승현)을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역사적 사건을 다뤘지만 영화에선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나 정치적 색채를 찾기 어렵다. 어린 아이들이 전쟁에 희생된 것은 남ㆍ북한 할 것 없이 똑같이 일어난 일이라며 영화는'어느 편'의 문제 보다 '왜 이 아이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는가'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내 머리속의 지우개'의 연출을 맡았던 이재한 감독은 장면 하나 하나에 공을 들였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섬세하게 화면을 그린다. 슬로우 모션이나 자주 등장하는 클로즈업 장면 때문에 총탄이 터지는 장면조차 멜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일 정도다. 장면 하나 하나만 놓고 보면 화보처럼 완성도가 높지만 전체적으로 두고 보면 긴 뮤직비디오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하면서 이데올로기적 색채를 뺐다는 것도 영화를 심심하게 만든 요인이 됐다. 출연진의 연기는 훌륭하지만 설득력을 같지 못한 것도 앞 뒤 맥락이 없기 때문이다. 또 신인을 주인공으로 썼다는 데 대한 부담감도 그대로 나타났다. 첫 영화 주연을 맡은 가수 빅뱅의 멤버 최승현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끌어낼만큼 호연했지만 영화는 차승원ㆍ권상우ㆍ김승우에게 시선을 나누는 바람에 오히려 주된 인물들인 71명의 '학도병'의 이야기를 충분하게 담지 못하게 만들어 이야기의 몰입도를 떨어뜨린 원인이 됐다. 영화는 개봉도 하기 전에 해외에 선판매 되고 스탠포드 대학의 초청으로 미국에서 상영되는 등화제를 낳았다.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제작된 전쟁영화 개봉의 시작이 될 이 '착한 전쟁영화'가 어떤 성적을 낼 지 주목된다.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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