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생활 속 경제] 가격 탄력성으로 본 농촌문제

수출·고급화로 농가소득 늘려야<br>농산물 수요는 가격 비탄력적··· 값 떨어져도 수요 크게 안늘어


전남 나주에서는 무경작 농가가 생산비도 건질 수 없다는 이유로 트랙터로 무밭을 갈아엎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무뿐만 아니라 다른 농산물에서도 이런 상황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농촌 문제인데 이는 영농기술 등의 발달로 농산물 생산량은 증가하는데 농가 수입이 감소해 농가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농촌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농촌 문제는 농산물의 특성에서 연유하는 경우가 많다. 농산물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개 가격이 변동하는 비율에 비해 수요량이 변동하는 비율이 크지 않다. 가격이 10% 떨어지면(올라가면) 수요량이 10% 미만으로 증가(감소)한다는 것이다. 즉 가격탄력성이 1보다 작은데 이를 수요가 가격비탄력적이라고 한다. 반면에 가격탄력성이 1보다 크면 탄력적이라고 한다. 또 소득이 10% 증가(감소)했을 때 수요가 10% 이상 증가(감소)해 1보다 크면 소득탄력적이라고 하며 1보다 작으면 소득비탄력적이라고 하는데 농산물에 대한 수요는 일반적으로 소득비탄력적이다. 수요가 가격비탄력적이므로 농산물 생산량이 증가해 가격이 떨어져도 농산물 소비량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수요가 가격비탄력적인 경우 가격이 떨어지면 농가 수입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무 경작자들이 무밭을 갈아엎는 것은 무 공급이 감소해 가격 하락폭이 줄고 그에 따라 수입 감소폭도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농민단체가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또 가난할 때 소득이 증가하면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탄력적으로 증가할 수도 있지만 요즈음에는 소득이 증가해도 수요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는다. 고급 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일 뿐이다. 따라서 농촌 문제를 극복하는 길은 해외 수출 길을 열어 새롭게 수요를 창출하거나 고급 식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무농약 또는 유기농 채소나 과일, 그리고 양질의 축산물을 생산해 공급하는 것이다. 실제로 예전과는 차별화된 농축산물로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농가를 많이 볼 수 있다. 미국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카페의 맥주 값이 자정이 넘으면 그 전보다 더 비싸지는 현상도 가격탄력성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자정이 넘어서까지 맥주를 마시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요는 그 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비탄력적이 되므로 가격을 올리면 카페의 수입이 증가한다. 교차탄력성 개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교차탄력성이란 한 재화(X재)의 가격이 변동했을 때 다른 재화(Y재)에 대한 수요가 어떻게 변동하는가를 측정하는 것인데 Y재 수요의 변화율을 X재 가격의 변화율로 나눈 값이다. 그 값이 양(陽)이면 두 재화를 대체재라고 하고 음(陰)이면 보완재라고 한다. 법원의 판결에서 교차탄력성을 이용한 사례 하나. 지난 1956년 미국 법무부는 듀퐁(DuPont)을 셀로판 시장에서의 독점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듀퐁은 미국 셀로판 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시장 점유율뿐만 아니라 셀로판과 그 대체재를 포함한 포장용 제품 시장이 독점적인지 아니면 경쟁적인지를 고려했는데 이때 사용한 개념이 바로 교차탄력성이다. 만일 셀로판 가격이 조금 내렸을 때 다른 포장용 제품을 사용하던 소비자들이 대거 셀로판 소비로 몰린다면 교차탄력성의 값이 크고 이는 곧 시장이 경쟁적임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대법원은 실제 자료를 이용해 교차탄력성이 크다는 증거를 보였고 듀퐁에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사람들은 탄력성 개념을 명시적으로 알지는 못하더라도 부지불식간에 이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듀퐁의 예에서와 같이 실제로 상업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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