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미 FTA '이것이 급소'] <13> 통신·방송 빅뱅온다

美 요구 일부만 관철돼도 국내업계 초토화 불가피<br>'온실속 화초' 국내 통신·방송산업 경쟁력 취약<br>자본·경쟁력 갖춘 외국업체 들어오면 큰 타격<br>"관련산업 종사자 고용안정성 위협" 우려 고조


미국은 ‘기술선택의 원칙’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주요의제로 올리자”고 한 데 이어 궁극적으론 우리나라 통신ㆍ방송시장의 완전자유화를 요구할 전망이다. 규제와 보호장치가 많았던 국내 통신ㆍ방송 산업은 미국에 비해 자유화 수준이 크게 낮아 미국의 요구조건 중 일부만 관철돼도 진입장벽이 무너지며 빅뱅이 일어날 판이다. 거대자본과 한발 앞선 경쟁력을 앞세운 미국업계의 국내시장 진출은 관련 업계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고용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어 이해집단의 반발이 예상된다. 국가차원에서 기술표준을 주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술선택의 원칙’에 이어 미국은 통신 부문에선 KT 등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지분율을 49%로 제한한 소유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할 것이 확실시된다. SK텔레콤 등은 이 제한 때문에 외국인지분이 48.99%(26일 현재)에 묶여 있다. 규제를 풀면 외국인 투자는 늘겠지만 최근 KT&G에 대한 적대적M&A 시도에서 보듯 기간산업인 통신업체의 경영권이 외국인의 손에 넘어갈 수도 있다. 통신보다 규제와 보호가 더 광범위한 방송 역시 시장개방 요구가 빗발칠 것이 분명하다. 당장 스크린쿼터제(국산영화 의무상영일수)와 비슷한 방송법상의 편성비율고시가 눈에 들어온다. 방송법은 한국제작물 쿼터제를 도입, 장르별로 영화(지상파 25%), 애니메이션(지상파 45%), 대중음악(60%) 등을 의무 편성하도록 하고 있다. 통신 분야와 마찬가지로 지상파를 비롯, 케이블TV 및 위성방송의 외국인 소유지분율 확대도 주요 의제로 꼽힌다. 한미 FTA는 방송광고시장에서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지난 25년간 누려온 독점체제를 깨뜨릴 수도 있다. 현재 국내 지상파에 기업 등이 광고를 하려면 방송광고공사를 통해야만 하는데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등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를 개선하라고 요구해왔다. 김종훈 한미 FTA 우리 측 수석대표는 “미국이 방송광고 시장 개방문제를 통상현안으로 제기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쇄도하는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도 없고 들어줘서도 안되겠지만 미국의 자유화 수준이 우리보다 워낙 높아 통신ㆍ방송에서 상당 수준의 개방은 불가피하다.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통신ㆍ방송시장의 완전자유화를 100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부분자유화 수준인 58.3에 그친 반면 미국은 완전자유화에 가까운 79.2에 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간 자본과 생산성의 차이가 워낙 커 시장에 빅뱅이 오면 국내 업계와 종사자들은 된서리를 맞을 전망이다. 국내 통신ㆍ방송시장의 규모는 40조원 안팎이지만 미국은 약 1조달러(한화 약 1,000조원)로 우리보다 25배가량 크다. 또 노동생산성 역시 미국이 우리보다 1.8배(2002년 기준, OECD)나 높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가 늘면서 새로운 고용창출의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봤지만 양문석 EBS 정책위원은 “한미 FTA는 국내 방송영상사업의 초토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FTA가 되면 방송종사자는 총파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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