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기업들 더블딥 대비 돌입

초저금리 유지 방침에도 소비 살아날 기미 안보여<br>감원 통한 비용 절감 등 '컨틴전시 플랜' 가동 나서


디폴트(채무불이행) 고비를 넘긴 미국 경기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미국 기업들이 경기가 더블딥에 빠질 것에 대비해 일찌감치 감원 및 비용 절감에 나서는 등 준비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다수의 미국 기업들이 미 경기가 더블딥에 빠질 것을 우려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상황을 대입해 자체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침체를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예정돼 있던 투자계획을 접고 인력 감축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힘을 싣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화학업체인 WR 그레이스의 허드슨 라 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경기 위축 심리가 퍼지면서 주문 건수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며 "고객 주문 데이터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비업체 스탠리 블랙 앤 덱커의 짐 로리 최고운영책임자(COO)도 "더블딥이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만약에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감원을 통한 비용 절감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석유 및 가스산업용 펌프 제조업체인 가드너 덴버의 경우 경기 침체에 대비해 지난 4월부터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당장 실적은 양호하고 성장세는 비교적 탄탄함에도 불구,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워낙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은 만큼 이번에는 철저히 위기상황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더블딥에 대비한 준비를 서두르는 것은 초저금리라는 경기부양 방침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가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FRB의 초저금리 유지 방침 발표에도 불구하고 소비 심리가 계속해서 꽁꽁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12일(현지시간) 발표된 톰슨로이터/미시건대학의 8월 소비평가심리지수는 54.9를 기록해 지난 2008년 11월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FRB의 발표에도 미국 소비자들이 꿈적도 하지 않는 것은 만성적 실업 공포에 시달리면서 소득 대부분을 지출 대신 저축에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계 대출 규모가 여전히 상당해 추가 대출을 통한 투자 확대를 꿈도 꾸지 못하는 처지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8년 8월 미국 가계 부채 규모는 12조달러에 달했지만 현재 1조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는 채무자들의 디폴트 선언으로 채무액 중 상당부문이 탕감됐기 때문이다. 미국 가계가 여전히 엄청난 규모의 부채의 늪에 허우적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다. 여기에 미 은행권들도 대출을 엄격히 통제하면서 소비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은행들은 미국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데다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치려면 아직 멀었다고 판단하고 대출을 옥죄고 있으며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대출 심사도 강화해 FRB의 초저금리 조치를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무디스의 마크 잰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 은행들이 현 상황에서 대출을 더욱 확장하지 않을 것이며 소비자들도 더 많은 부채를 떠 안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 FRB의 조치는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데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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