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 예산전쟁 최대 피해자는 달러화

정치리스크에 기축통화 지위 또 흔들<br>중앙은행마다 보유외환 다변화 가속

미국 예산전쟁의 진정한 패자는 '달러화'라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위기에 이어 '정치 리스크'로 또다시 달러화의 입지가 흔들리고 기축통화 지위에 대한 의구심이 촉발돼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외환 다변화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계기로 주요국 중앙은행들 사이에 보유외환에서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이 한층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주요 중앙은행들은 최근 유로화 매입 비중을 늘리고 영국ㆍ캐나다ㆍ호주 통화 등의 매입도 확대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유로화 매입 등에 힘입어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지난 9월 이후에만도 3.7%가량 상승했다. 특히 신문은 미국 경제와 연관성이 높은 캐나다 통화와 자원위기로 고전해온 호주 통화가 최근 일관된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중앙은행들의 매집 열풍과 관련돼 있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전세계 보유외환 중 캐나다 및 호주 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ㆍ4분기 말 기준 각각 1.8%, 1.7%에 달했다. 4ㆍ4분기 들어서야 본격적인 매집세가 시작됐지만 채 1년도 못 돼 주요 안전자산인 스위스프랑의 비중(0.3%)을 현격한 차이로 제쳤다.


반면 6월 이후 전세계 외환전문가들은 달러화의 향후 2년간 예상 가격을 4%가량 낮췄다. 미 정치권의 위기가 정점에 다다랐던 지난주 달러화 가치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8개월 최저치에 근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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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세니아 유다예바 러시아 중앙은행 수석 부총재도 지난주 기자들과 만나 "미국채권의 비중을 급속히 줄이진 않겠지만 다른 수단을 고려하는 시점이 올 것 같다"며 "(보유외환에) 다른 통화를 더 도입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FT는 "2011년 미국의 예산교착 당시에는 유로화가 위기였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다시 여유가 생긴 신흥국들도 달러화 대신 더 많은 대안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이어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게 된다면 (이 같은 흐름에) 봇물이 터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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