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얕잡아본 북한 리스크… 고개 숙인 증권사

4월 전망치 닷새 만에 빗나가자 예상 지수 수정 서둘러

북한 리스크를 얕잡아봤던 국내 증권사들이 뒤늦게 전망 수정에 나섰다. 리서치센터가 전망한 4월 코스피지수 하단이 대부분 무너졌기 때문이다. 불과 닷새 전만 하더라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이미 지수에 반영됐다" "학습효과 있어서 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던 증권사들이 너무 안일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다르면 지난달 말 국내 대형 증권사 7곳이 전망한 4월 코스피지수 예상 밴드 하단 평균은 1944.28포인트였다. 하지만 4월로 들어선 지 불과 닷새 만에 전망치가 무너졌다. 코스피지수는 7일 외국인이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연중 최저치인 1,927포인트까지 후퇴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이달 안에 코스피지수가 전 고점인 2,042포인트를 상향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당시 한화투자증권은 4월 중 코스피지수가 2,120포인트까지 오를 것으로 봤고 우리투자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은 코스피지수 상단으로 2,100포인트와 2,080포인트를 제시했다.


심지어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진 5일 오전에도 몇몇 증권사들은 "전날 낙폭이 예상했던 것보다 컸던 점이 지수 하단을 지지할 것" "북한 리스크가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하지 않는다"등의 분석 보고서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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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증권사들은 분석 실패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5일 장 마감 후 한국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ㆍ대우증권 등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긴급 회의에 들어갔다. 최근 증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전망치를 수정하기 위해서였다.

한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북한 리스크에 외국인이 급격하게 반응할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전쟁이 발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북한 리스크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 실패를 시인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 역시 이전 4월 전망치 분석 때는 "기술적으로 코스피지수 하단이 상승하고 있어 이는 상단 돌파 신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지만 이내 "현재 주가 수준이 과매도 구간인 점은 분명하지만 외국인의 매도세를 볼 때 코스피지수가 1,900포인트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한화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ㆍ하나대투증권은 이번주 중에 4월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수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대다수 증권사들이 북한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내다봐 걱정을 크게 안 했는데 실망이 크다"며 "애널리스트들이 냉철한 현실 분석보다 기계적인 과거 흐름에 지나치게 안주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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