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일본 대지진] 투기적 엔화 매수세 제동… "안정세 지속 여부는 원전에 달려"

■G7 공동개입… 엔화 급락<br>BOJ·日정부 엔화 매도개입 단행… 각 국가별 개입 규모는 미지수<br>대지진 이전 수준 하락 관측 불구…日무역적자 악화로 급락 려도


인위적인 시장개입을 터부시해온 미국과 유럽 각국 정부도 일본 대지진이 몰고 온 사상 최악의 엔고(円高) '쓰나미' 앞에서는 다시 팔을 걷어붙일 수밖에 없었다. 고베(神戶)시 대지진 당시 치솟는 엔화가치를 붙잡기 위해 시장에 공동 개입했던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은 16년 만에 밀려든 더 높은 엔고의 파도를 잠재우기 위해 다시 한 번 뭉쳤다. 외환시장에서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낸 G7의 신속한 결의에 고삐 풀린 듯 요동치던 외환시장은 금새 안정을 찾았다. 시장 관계자들은 공동개입에 힘입어 엔화가치가 일단 대지진 이전 수준인 달러당 82~83엔대 안팎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외환시장이 장기적으로 안정될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태와 대지진이 일본 경제에 몰고 올 파장의 크기에 따라 엔화가 움직이는 폭은 앞으로도 상당히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동개입 성명에 시장 급속 안정=18일 오전8시30분을 넘어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의 긴급 화상회의가 끝났다는 속보가 전해진 순간부터 엔화가치는 슬금슬금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의 시장개입을 G7이 인정할 것이라는 전날부터의 예측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전9시를 지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이 발표한 G7의 '공동개입' 성명은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회의가 끝나기 직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79.18엔을 기록하던 엔화가치는 노다 재무상의 입에서 나온 '공동개입'이라는 말과 함께 단행된 일본은행의 시장개입 효과로 한순간에 급등, 이날 장중 한때 81.85엔을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도쿄시장에서 엔화가치 하락폭은 2.67엔으로 지난해 일본이 단독으로 시장개입을 단행했던 9월15일 당시의 낙폭(2.63엔)을 웃돌았다. 하가누마 치사토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주요국 간 협조 태세가 확인된 의의는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각국 개입 어떻게 이뤄지나=G7 간 개입 합의가 도출된 직후인 18일 오전9시 일본은행과 정부는 G7 국가 가운데 첫 번째로 엔화 매도개입을 단행했다. 정확한 개입 규모는 2개월 뒤에 공표되지만 시장에서는 5,000억엔 수준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노다 재무상은 이후 G7 각국의 시장개입은 각각의 시간대에 따라 장이 열린 다음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다 재무상은 "G7에 속한 미국과 영국ㆍ캐나다ㆍECB가 모두 공동개입에 나서게 된다"며 "기본적으로는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매수하는 개입이지만 ECB는 경우에 따라 유로화를 매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각국의 개입 규모는 미지수다. 니혼게이자이는 G7 성명이 "외환시장을 주시하고 적절히 협력한다"는 상투적인 문구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과도한 환율 변동에는 대응하지만 엔저를 유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관건은 후쿠시마(福島)…엔화 급락 가능성도=이날 G7 성명을 계기로 엔캐리 청산을 예상하는 투기적인 엔화 매수세에 일단 제동이 걸린 만큼 엔화가치는 당분간 안정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는 앞으로 당분간은 엔화가치가 대지진 사태 이전 수준인 달러당 82~83엔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 16일 이후의 엔고에 투기적 측면이 강했던 만큼 시장개입으로 흐름이 바뀌면 단숨에 환율이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당장 엔화가치가 떨어진 후 엔화가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지, 다시 상승세를 보일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일각에서 상승세가 꺾인 엔화가치가 대지진 이후 일본의 무역수지 악화를 이유로 급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시장의 최대 관건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진행상황이라고 많은 시장 관계자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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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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