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2월 31일] 아듀 2008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 한파로 국내 경제가 얼어붙고 있다. 증권시장이 침체되고 환율이 불안정하며 실물경제가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2008년의 추운 겨울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으며 그 긴 터널의 끝자락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지난 2008년 2월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국민적 저항으로 큰 손상을 입었다. 세계적인 유가폭등은 국내 물가를 뿌리째 흔들었으며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대통령의 아집은 국민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었으며 정치ㆍ경제ㆍ사회 전반의 총체적 위기를 초래하기도 했다. 정치·경제 총체적위기의 한해 교수신문은 ‘호질기의(護疾忌醫)’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았다. 이 사자성어는 중국 유학자 주돈이가 통서(通書)에서 남의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는 세태를 비판하면서 “요즘 사람들은 잘못이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바로잡아주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병을 감싸 안아 숨기면서 의원을 기피해 자신의 몸을 망치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 데서 유래한다.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야하나. 그 어느 때보다도 혹독한 새해가 되리라는 전망과 함께 국민들의 마음은 우울하기만 하다. 세계적 경제위기 앞에 벌거벗겨져 버려진 채 국민들은 너무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더구나 그 고통의 끝이 보이지 않기에 현실은 더욱 암울하다. 지금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국가적 지도자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헷갈리는 발언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는 ‘화합과 상생의 정치’가 실종된 지 오래다. 정부·여당은 정국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으며 야당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새해를 앞두고 ‘난장판’ 국회를 주도하고 정치를 희화화하고 있는 여야 정치인과 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에게 간곡히 바란다. 첫째, 여야 정치인들은 의회민주주의를 하루 속히 활성화해 정치신뢰와 정치부재를 회복해야 한다. 정치력 복원 없이는 지금의 경제난을 극복할 수 없다. 둘째, 직장을 잃은 가장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가정이 붕괴하는 참담한 현실이다. 직장을 가져보지도 못한 채 시들어가는 젊은이들이 허다하다. 정부와 여야 정치인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대통령은 ‘고소영’ ‘강부자’ 등 특정계층이 아닌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신뢰와 확신을 줄 수 있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 넷째, 여야 정치인들과 정부는 국민의 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실천해야 한다. ‘민심은 천심’임을 잊지 말고 여야 정치인과 정부 책임자들은 자신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 더 이상 국민을 정치실험의 대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소의 '우직함'으로 위기 넘자 다른 국가들은 세계적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 정부와 여야 지도자들은 아직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야 정치인들이 계속 이전투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국민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를 것이다. 지난 ‘촛불집회’의 교훈을 잊었는가. 또다시 국민들을 ‘거리의 정치’로 내몰려고 하는가. 새해에는 ‘네 탓’ 주장에만 열 올리지 말고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자. 그리고 소의 ‘우직함’이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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