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경기에 민감한 수출주를 대거 처분하고 내수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믿었던 중국 경기마저 둔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수출주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시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이벤트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외국인들이 수출주보다는 경기방어주로 피신하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선물ㆍ옵션 동시만기일 직후인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2,386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면서 증시에 부담을 줬다. 비록 이날 246억원을 사들이면서 6거래일 만에 매수우위를 보이기는 했지만 매수 규모가 크지 않아서 특별히 의미 부여 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선물ㆍ옵션 만기 이후 외국인들은 전기ㆍ전자와 운수장비 등 수출주를 집중적으로 파는 분위기다. 외국인은 이 기간 전기ㆍ전자업종만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5,167억원 어치나 팔아치웠다. 또 운수장비업종을 1,549억원 어치 매도한 것을 비롯해 화학 978억원, 철강851억원 순매도 등 최근 들어 경기민감주 중심으로 매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내수주 등 경기방어주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종이ㆍ목재, 건설업종을 오히려 각각 11억원, 190억원어치씩 사들였다. 섬유ㆍ의복(-26억원), 의약품(-84억원), 전기가스업(-253억원) 등에 대한 매도폭도 제한적이었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를 3,626억원어치나 팔아치운 것을 비롯해 LG전자, 기아차도 각각 663억원, 607억원어치씩 순매도해 나란히 매도 리스트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같은 기간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는 현대홈쇼핑, LG생활건강, 현대건설, 삼성화재, GS건설 등 내수주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외국인들이 최근 수출주를 떠나 일부 내수주로 자금을 옮기는 것은 글로벌 경기둔화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그나마 잘 버티고 있던 중국마저 경기둔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점이 국내 수출 상장사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이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중국 경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수출 증가율이 지난달부터 점차 둔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데다가 최근엔 중국 경기 우려까지 부각되면서 외국인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따라서 수출주보다는 상대적으로 경기변화에 덜 민감한 내수주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글로벌 경기 문제를 반전시킬 만한 이벤트가 없다는 점에서 적어도 내년초까지는 수출주보다는 내수주 주가흐름이 좀더 양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인 골드만삭스의 경우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일부 IT주를 제외하고 수출주보다는 손해보험ㆍ필수소비재ㆍ건설 등 내수주가 주가지수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내수주가 선전하더라도 전체적인 경기둔화 흐름이 그 요인이기 때문에 이들이 증시주도주로 전면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외국인들이 경기엔 민감한 업종 중심으로 매도하고 일부 내수주를 편입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내수주가 특별히 좋은 성과를 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 상대적인 안정성을 보고 매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도주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