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대차 극복의 과제

우리 사회는 최근 한 세기 동안 너무 빠른 템포로 변화했다. 많은 국민들은 최근에 일어난 복잡 다양한 변화의 충격으로 무척 혼란스럽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우리 사회의 근간이었던 전통적ㆍ유교적 사회관습은 경제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순식간에 서양의 자유분방한 생활방식으로 대체되고 말았다. 이런 변화의 와중에서 인류가 시작될 때부터 있었다는 세대차는 더욱 다른 의미로 세분화되고 더욱 깊게 우리 사회의 갈등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역감정ㆍ학연ㆍ빈부차 등으로 사분오열돼 통합의 필요성이 시급한 상황 아래에서 세대간 갈등까지 증폭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특히 세계적인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적자원이 제일 중요한 기업경영 요소인 점을 고려한다면 세대차 문제는 현대 경영의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세대간 갈등의 주요한 원인은 변화의 속성과 변화를 받아들이는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태도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기성세대가 자신의 경험에 기초해 신세대를 판단하는 것이 세대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모든 세대가 유년기ㆍ청소년기ㆍ장년기ㆍ노년기를 거치게 되지만 변화가 빠를 때는 먼저 겪은 경험의 잣대로 현재 세대의 행태를 평가하는 것은 옳다고 보기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적응력은 둔화되고 과거에 안주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인간적 한계이며 신세대에 비해 기성세대가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다. 특히 기성세대가 우월한 입장에 있으면서도 신세대에게 심리적인 반대급부를 기대한다는 것이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와 함께 변화를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신세대의 자세도 세대간 갈등을 확대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사회에서 경제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경쟁은 격화되고 이에 따라 공동체적 인간관계보다 개인화가 가속화된다. 또한 개인적으로 경제적 안정이 달성된 이후에도 평범한 일상에 안주하기보다는 자기만의 개성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세대간의 화해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세대차는 늘 있어왔고 점차 심각성이 증폭되는 걸 보면 쉽게 극복될 과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오히려 평범한 진리가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안이 된다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기성세대가 신세대를 이해하고 인정하려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이해하기 어렵다고 방치할 것이 아니라 먼저 노력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자식을 고객, 스승, 전생의 은인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 자신도 자식은 부모의 인내심을 가르쳐주는 스승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자식을 인정해주면서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자신의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고 상담을 한다면 어느 순간 자식과 부모는 진정한 동료가 돼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신세대의 문화와 경험을 공유하려는 기성세대의 노력이 필요하다. 어렵다고 기피한다면 점점 멀어질 뿐이다. 같이 여행을 가고 노래방과 영화관을 다녀보자.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인터넷으로 e메일을 보내면 자식은 놀란 눈으로 부모를 쳐다볼 것이다. 한시간만 배우면 누구든지 가능한 일이다. 자식에게 부모가 같이 놀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이야말로 세대간 이해의 첩경이다. 또 이런 과정을 통해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대화할 때는 인내심을 갖고 많이 들어줘야 한다. 일주일 중 시간을 정해 온 가족이 대화한다든지 아니면 분위기 있는 식당에서 1대1로 대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시대의 조류가 지식 사회로 발전할수록 개성이 존중되며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기 때문에 세대차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면 세대차의 극복이 더욱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세대간의 개인적인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사회적 시스템의 개선도 또한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여러 세대가 동참해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세대간 유대를 강화하는 프로그램의 개발(인터넷 가족 사이트 컨테스트, 세대차 극복사례 사이트 운영 등)도 검토해볼 수 있는 방안이다. 인간관계의 문제 해결에는 언제나 사랑과 역지사지가 최선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안창희 한화증권 사장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