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APEC서 아태지역 미래를 본다

안현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기고/무협 안현호 상근부회장


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국 정상이 모이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0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다. 언젠가부터 APEC 정상회의는 자유무역협정(FTA) 등 회원국 간의 중요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만큼 역내에서 무역자유화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선진-개도국 가교·균형자 역할 충실

세계무역기구(WTO)를 제외하면, APEC은 미국·중국·일본이 모두 소속된 유일한 경제협력체다. 21개 회원국은 세계 인구의 37%, 세계 총생산(GDP)의 57%, 세계 교역의 49%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989년 창설된 후 느슨한 경제협력체로서 가시적인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WTO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표류하고 FTA 확산에 따른 제도적 복잡성이 초래되면서 APEC과 같은 거대 경제협력체 역할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에서 WTO 각료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별도의 선언문을 채택, 12월 발리 패키지 협상 타결에 힘을 실어줬다. WTO 다자무역체제를 지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무역자유화 합의를 도출해 WTO 차원의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환경상품 무역자유화다. APEC은 2012년 9월 세계 최초로 환경상품에 대한 실행관세율을 5% 이하로 인하하는 데 합의했다. 이는 올해 WTO 복수국 간 환경상품 협상을 개시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으며 앞으로 대상품목 범위와 자유화 범위의 측면에서 더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기사



이와 관련해 2006년부터 논의된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중국 중심의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추진되는 와중에 두 거대 FTA를 통합하고 주요2개국(G2)을 포함해 아태 지역의 실질적인 경제통합을 이룩하는 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과 중국의 경제통합이 쉽지는 않겠지만 FTAAP는 역내에서 실타래처럼 체결된 양자 간 FTA의 복잡성을 해소하고 무역·투자 확대를 촉진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APEC 회원 21개국 중 10개국과 FTA를 체결한 데 이어 호주·캐나다와의 FTA 발효, 중국·뉴질랜드와의 FTA 협상 타결을 앞두고 있다.

아태자유무역지대 조기 창설을

한중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는 미국·중국의 주요 교역국 중 양국과 모두 FTA를 체결한 유일한 국가가 될 것이다. 이 때문에 향후 APEC 차원의 역내 경제통합을 논의하는 장에서 한국의 역할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을 잇는 가교이자 양국 간 균형자 역할을 잘 수행할 경우 FTAAP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APEC 차원의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중간자 역할에 충실해야 할 터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아태 동반자 관계를 통한 미래 구축'이라는 주제로 지역 경제 통합 추진, 혁신적 발전과 경제개혁 및 성장 촉진, 포괄적 연계성 및 인프라 개발 강화를 논의할 예정이다. 아무쪼록 실질적인 성과가 도출돼 아태 지역의 협력과 번영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