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주먹구구 중기재정계획] FTA 체결·투자유치서 내년 고속도로 5000㎞까지 '장밋빛'

■ 되풀이되는 '엉터리 미래像'<br>외국인투자 200억弗 유치 내년 달성가능성 거의 제로<br>보금자리 103만호 공급 2015년 계획도 실현 의문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지표로 본 4년 후의 한국 미래상'을 내놓고 있다. 4년 뒤 12대 분야별로 대한민국의 미래상을 가늠해볼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 전망이 목표치만 지나치게 높게 잡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008년에 나온 2008~201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이나 올해 나온 '2011~2015년' 계획을 현단계에서 들여다 보면 정부의 실천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장밋빛 전망으로만 가득 차 있다. ◇2008년 계획 대부분 공수표=먼저 기획재정부는 2008년 중기재정계획을 통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를 당시 16개국에서 2012년에는 59개국으로 대폭 늘린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우리나라는 올 10월 현재 유럽연합(EU) 27개국, 아세안 10개국, 유럽자유무역연합(4개국), 인도, 칠레, 페루 등 총 44개국과 FTA가 발효돼 있다. 미국과는 FTA 협상이 체결돼 양국 의회의 비준을 앞두고 있다. 반면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걸프협력협의회(GCC) 등 12개국과는 FTA 협상을 진행하고있다. 현재로서는 내년까지 이들 국가 모두와 FTA를 체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약 성공한다고 해도 총 57개국(44+13)으로 정부 전망치인 59개국에는 못 미친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는 현실과 괴리가 더 큰 실정이다. 정부는 2008년 117억달러였던 FDI가 오는 2012년 2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FDI(신고액 기준) 규모는 ▦2009년 114억달러 ▦2010년 129억달러 ▦2011년 상반기 53억7,000만달러로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내년까지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할 가능성을 감안하면 200억달러 목표 달성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국 고속도로가 2012년까지 4,947㎞로 늘어나며 5,00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무리로 나타났다. 현재 고속도로 연장은 3,912㎞로 2008년에 비해 불과 3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더구나 정부는 고속도로가 포화 상태라고 판단해 올해에 이어 내년 예산에도 신규 고속도로 사업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올해 나온 2015년 계획도 실현 의문=최근 발표된 2011~201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의 2015년 지표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전망들이 널려있다. 현재 42만5,000호인 보금자리주택 공급물량(누적기준)을 2015년까지 103만8,000호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분양가가 높아지면서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데다 민간 건설회사들이 사업을 강력 반대하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4년 만에 현재의 두 배에 가까운 물량을 쏟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내에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할 만한 대규모 토지가 별로 없다"며 "차기 정권이 현 정부의 대표 사업인 보금자리주택을 이어갈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연구개발(R&D) 분야 투자확대를 통해 현재 35만4,000명인 연구원 수가 2015년까지 46만7,000명으로 늘어난다는 전망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과학분야 연구원의 경우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등에 시달리고 있는데 강력한 처우 개선 없이 불과 4년 만에 전체 인원의 3분의1이 늘어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정부 전망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2008년 계획을 들여다 볼 경우 외래 관광객 수, 농수산식품 수출 실적, 군 사병의 내무반 개선 등은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일부 성과에도 전반적인 밑그림 자체는 현실과 괴리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 전문가는 "정부가 나라의 중기 미래상을 단발성 홍보로만 접근해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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