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술품 감상과 수집의 뒤안길] <4>미술 경매는 주식시장과 닮은꼴?

[미술품 감상과 수집의 뒤안길]미술 경매는 주식시장과 닮은꼴?1990년 5월 15일 오후 7시. 뉴욕 맨해튼의 크리스티 주 경매실에는 7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야룻한 열기 속에서 조금씩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번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고흐의 '가셰박사의 초상'이 이날 경매에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가셰박사의 초상'의 호가는 순식간에 4,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4,200만 달러, 저 뒤쪽에서 4,300만, 측면 통로에서 4,300만 달러가 나왔습니다. 전화로 4,400만. 이번엔 이곳에서 4,500만, 4,600만, 4,700만, 4,800만, 4,900만, 5,000만 달러!" 언론 관계자들이 탄성을 쏟아냈고 한 일본인 화상은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격 경쟁은 끝날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선생님 7,000만을 상대가 불렀습니다. 전화에 맞서 경매실에서 7,100만, 7,200만, 7,300만, 7,400만, 경매실에서 7,500만 달러를 불렀습니다. 전화쪽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마지막으로 한번 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자 끝났습니다. 선생께서 낙찰받으셨습니다. 수수료를 포함하면 총 8,250만 달러.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에 낙찰된 고흐의 '가셰박사의 초상'의 소유권은 일본의 다이쇼와 제지의 명예회장으로 넘어갔다. 당시는 80년대 주식시장의 활황과 함께 불어닥친 미술품 투기바람의 절정기였다. '가셰박사의 초상'(예담 펴냄)은 이로써 비단 예술계 분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20세기가 남긴 하나의 경제적 이벤트로 기록될 수 있었다. 신시아 살츠만이라는 사람이 지은 '가셰박사의 초상'은 명화와 돈, 수집가들을 둘렀나 탐욕과 애증의 이야기를 매우 설득력있고 주도면밀하게 분석해 놓은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미술품을 수집하려는 사람들은 미술품 그 자체와 시장성에 대한 이해를 한껏 높일 수 있어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프랑스의 조그마한 마을 정원에서 탄생해 1세기가 지난 뒤 일본의 한 기업인의 손에 들어가기까지의 '가셰박사의 초상'이 겪은 드라마는 그대로 현대미술사를 축소한 하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처음 이 그림을 상업적으로 구입한 사람은 덴마크의 루벤이라는 여성이었다. 1995년 기준으로 환산한 가격은 1,560 달러.(표 참조) 한 세기를 지나면서 하나의 미술품 가격이 얼마나 뛸 수 있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 미술품 시장은 주식시장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1980년대에 일본이 세계 미술시장에서 큰 손으로 통하게 된데는 일본의 거품경제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당시만 해도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의 은행들은 예술품을 구입하려는 화상들과 투자자들에게 흔쾌히 돈을 빌려주었다. 미술품 가격 동향을 보면서 경기를 예측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다. 미술품 가격은 경제가 안좋아지면 제일 먼저 떨어지고, 경기가 좋아지면 가장 뒤늦게 뛰어오르기 때문에 미술품 가격의 동향을 보면 경제를 미리 예단할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가령 1930년대 전세계적으로 대공황이 밀어닥치기 전, 미술품 시장은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주식으로 큰 돈을 번 졸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미술품을 과시용 또는 투자용으로 사들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미술품 시장이 너무 과열을 보이면 경제가 거품을 보일 조짐이고, 반대로 침체되면 침체될수록 시중의 돈이 급속히 지하로 또는 개인 금고로 침잠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실제 지난 2000년 초 코스닥 시장이 크게 치솟으면서 미술품 시장도 잠깐 활황을 보이는가 했으나, 화상들이 장사가 안된다고 한숨을 내쉬기 시작한 4월경부터는 주식시장도 급락의 모습을 연출했던 것이다. '가셰박사의 초상' 역시 일본 경제의 거품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에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라는 기록을 세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때의 가격이 역사적 고점이 되고 있다는 평이다. 때문에 미술시장 역시 주식시장의 경험과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아무로 화랑을 찾지 않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작가와 작품에서 미래의 가치와 예술적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수집가만이 기회가 찾아온다는 점이다. 이용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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