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가 리포트] 美 경제엔 봄이 오는데 주택시장은 아직 한겨울

집값 최고치비해 31% 하락… 11년전 수준으로 되돌아가<br>37%가 대출못갚은 압류주택… 올들어 압류예고도 20%늘어<br>"모기지 세제 혜택등 축소땐 최고25% 더 떨어질 가능성"



"3년 전만 하더라도 250만 달러에도 팔지 않던 집이다. 190만 달러에 내놓았지만, 구입의사만 확실하다면 집주인과 협상해 160만 달러까지 낮추겠다" 뉴욕 맨해튼과 인접한 북부 뉴저지 버겐카운티의 고급주택 밀집지역인 알파인에서 최근 매물 주택을 공개하는 이벤트에서 만난 아리니엔 노벨 위처트 리얼터 대표의 말이다. 그는 콜로니얼 양식으로 지어진 침실 6개짜리 주택을 기자에게 30분 넘게 안내하며 지금처럼 주택을 구입하기 좋은 때는 없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른 매물도 많이 확보하고 있으니, 언제든지 연락만 달라"고 당부했다.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경제가 회복속도를 높이고 있는 데 비해, 더블딥에 빠진 주택시장은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져야지 바닥을 확인할 수 있을 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지난주 S&P 케이스쉴러 지수, 기존주택 및 신규주택 판매 등 주요 주택지표가 공개됐지만, 예상대로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 주택산업이 미국의 총생산에서 5%를 차지하고 있고, 고용효과가 매우 크다. 또 가구, 가전, 금융 등 연관산업이 광범위해 미 경제의 회복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주택시장이 살아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부진한 지표의 연속= S&P 케이스 실러 주택가격지수는 미국 주요 20개 도시의 주택가격동향을 보여준다. 최근 공개된 12월 지표는 전월에 비해 2.4% 하락했다. 도시 별로는 워싱턴을 제외한 나머지 19개 도시가 전월에 비해 가격이 떨어지거나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들 20개 도시의 주택가격은 이미 정점에 비해 31.2% 떨어진 상태다. 특히 애틀란타, 클리브랜드, 라스베이거스 등은 11년 전 가격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카고, 디트로이트 등도 조만간 이 같은 수준으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뉴욕소재 컨설팅기관인 캐피탈 이코노믹스는"수요자들의 주택구매력이 크게 높아지고, 주택가격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싸다고 하더라도 지난해 시작된 주택시장의 더블딥은 올해 내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택가격하락은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 기존주택 판매지표에서도 확인된다. 기존주택 거래가 전체 미국 주택거래의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 지표 역시 주택시장을 진단하는 주요지표로 활용된다. 이 지표에서 1월 거래중간가격은 15만8,000달러로 지난 2002년 4월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연율 환산 기존주택의 거래는 536만가구로 전월에 비해 2.7%늘어나며 석 달 연속 증가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 치였던 520만 가구를 웃돌았다. 그러나 내용면에서는 좋지 않다. 전체 거래의 37%가 대출금을 못 갚아 압류위기에 처한 주택 등을 헐값에 거래하는 디스트레스 세일(distressed sale)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던 해리스 BoA메릴린치 애널리스트는"압류주택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며 이는 결코 시장이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헐값 거래가 늘면서 정상가격에 거래되는 신규주택 매매는 크게 위축됐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신규 주택 매매가 전달 대비 13% 줄어든 28만4,000건에 그쳤다. 이는 블룸버그 집계 전문가 예상치인 7.3% 감소를 넘어선 것이다. ◇시장 붕괴 축소됐을 수도= 광범위하게 이용되는 주요 지표인 NAR의 기존주택판매가 과장됐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NAR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기존주택의 수는 490만 가구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09년 520만 가구에 비해 5.7%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분석기관인 코어로직은 이 수치가 중복계산 등으로 인해 20% 정도 과장된 것으로 실제 판매된 기존주택은 2009년 370만가구, 2010년 330만 가구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NAR은 "이 주장은 매우 심각한 것이라며 올 여름까지 내부 검증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약 코어로직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직접적으로 주택가격에는 영향이 없겠지만, 주택시장이 기존 분석보다 훨씬 많은 재고주택을 안고 있고, 수요는 더욱 위축돼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와 함께 기존 주택매물이 소화되는 기간도 현재 NAR이 제시하고 있는 7.6개월보다 훨씬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토머스 로러 주택시장 분석가는 "코어로직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며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주택시장의 침체가 광범위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될 것"고 말했다. ◇"집값 25%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침체를 지속하고 있는 주택시장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S&P 케이스 실러 지수를 개발한 로버트 실러 예일대교수는 지난주 가진 컨퍼런스 콜에서 주택시장이 추가적으로 15~20% 또는 25% 더 떨어질 실제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양대 모기지 기관인 페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모기지 세제혜택 축소 등이 정치권이 논의 되고 있는 데, 이것이 현실화 될 경우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의 주변상황은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주택압류 예고를 받은 주택도 올 들어 전년에 비해 20% 늘어났다. 모기지 금리는 30년 기준 5%를 넘었는데 이는 지난해 10월 최저수준이 4.21% 였던 점을 감안할 때 크게 높아졌다. 가뜩이나 위축된 수요심리를 더욱 움츠리게 만들 수 있다. 주택가격이 계속 떨어지면서 여유가 있더라도 주택을 사는 대신 임대를 선호하는 새로운 풍토도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인구통계국의 자료를 인용해 작년 4분기에 66.5%의 미국인들이 집을 소유한 것으로 집계돼 1년 전 같은 기간의 67.2%보다 떨어지면서 지난 1998년 말 이후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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