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소비가 하반기 우리 경제의 회복속도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부상한 가운데 우리 가계의 소비성향이 하락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통계청의 올 1ㆍ4분기 가계수지동향을 보면 소득은 5년래 최고 증가율을 기록하며 크게 개선됐으나 소비는 이에 비해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쳐 소비성향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가계는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소비를 더 많이 해 문제가 됐는데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 들어 부동산 가격 급락 등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번 돈에 비해 소비를 최대한 자제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하고 있다. 아울러 소득증가 속에 상위ㆍ하위층간 격차가 커지면서 소득분배 구조도 악화됐는데 이 역시 향후 소비회복 속도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이 현실이다. ◇소비성향 큰 폭 하락=최근 들어 우리 가계는 소비지출 증가율이 벌어들인 소득 보다 높거나 차이가 없었다. 때문에 가계의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감지됐을 정도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가처분소득과 소비지출 증가율간 격차를 보면 지난 2003년에는 소비지출이 1.5%포인트 더 높았다. 소득보다 더 소비를 했다는 의미다. 그 이후 2006년까지 소득이나 소비지출 증가율이나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는 전국 가구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올 1ㆍ4분기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경우 전년동기 대비 가처분소득은 9.6% 증가, 크게 늘었다. 반면 소비지출은 소득 증가율보다 한참 낮은 5.4% 늘어나는 데 그쳤으며 지난해 4ㆍ4분기(8.3%)보다 더 낮았다. 전국 가구도 가처분소득은 6.0% 늘었으나 소비지출은 4.2%에 그쳐 격차가 1.8%포인트 벌어졌다. 이에 따라 평균 소비성향(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도 올 1ㆍ4분기 전 분기 대비 전국 가구는 1.4%포인트, 도시근로자 가구는 3.0%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소비성향 하락폭은 도시근로자 가구의 경우 99년 이후 2002년 4ㆍ4분기(3.2%포인트 하락) 이후 최고치다. ◇분배구조 악화, 비소비지출 증가도 문제=세금ㆍ공적연금 등 비소비지출이 소비지출을 웃돌면서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도시근로자의 비 소비지출은 2005년 1ㆍ4분기 월평균 41만3,000원에서 올 1ㆍ4분기 48만6,000원으로 늘었다. 분기별 증가율도 2005년 1ㆍ4분기 7.1%, 2006년 1ㆍ4분기 9.5%, 2007년 1ㆍ4분기 7.4% 등으로 소비지출 증가율을 웃도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비소비지출 증가는 분배구조 악화로 연결되고 있다.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간의 부의 불평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태다. 전국 가구 기준으로 하위 20% 소득으로 상위 20%의 소득을 나눈 5분위 배율이 8.4배로 2003년 통계청 조사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하위 20%는 40만7,000원 적자였던 데 비해 상위 20%는 211만7,000원 흑자살림을 기록했다. 정부는 이 같은 현상이 고령화 등에 따른 영향으로 보고 있지만 소비회복 속도에는 제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고소득층의 경우 소비성향이 중산ㆍ저소득층보다 낮은데다 해외소비 비중이 높아 이 같은 분배구조 악화는 내부시장 회복속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 해소에 주력해야=늘어난 소득보다 한참 못 미치는 소비지출에 대해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올해 들어 부동산 값 폭락 등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계들이 소비를 억제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 상무는 “소득 증가율을 고려했을 때 올 1ㆍ4분기에 나타난 소비개선 증가율은 한참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소비회복 속도를 높이려면 경제의 불확실성 해소에 정책의 주안점을 맞춰야 한다”고 충고했다. 현재의 추세라면 소득이 늘어난 만큼 민간 소비 확대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소비·지출 내역 보면
재산소득 24% 급증 주거비는 10% 늘어 지난 1ㆍ4분기 2인 이상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가구당 325만1,000원으로 지난해 1ㆍ4분기에 비해 6.2% 늘었다. 소득 형태별로는 근로소득이 7.9% 늘어난 가운데 이자ㆍ배당ㆍ부동산임대 등 재산소득은 주식시장 호황 등으로 월평균 7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24.4% 늘어나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전국적으로 1인 가구의 경우 월평균 소득은 133만2,500원으로 15.5% 증가했다. 경상소득 가운데 근로소득이 13.2% 늘었고 재산소득과 이전소득도 각각 56.5%, 13.5% 불었다. 한편 소비지출은 전국 가구의 경우 229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2% 늘어난 가운데 월세와 주택수리비 등을 포함하는 주거비 지출이 무려 10.9%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보건의료비 지출 증가율도 13.0%로 2005년 1ㆍ4분기(3.6%)보다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으며 공공요금 인상의 영향으로 교통통신비 지출도 10.4% 급증하면서 가계의 발목을 잡았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ㆍ4분기 가구 소득이 많이 늘어났지만 세금ㆍ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늘어난 소득이 소비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