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매물 품귀 강남 '부르는 게 값'… 보증금 감당못해 '반전세' 속출

['미친 전셋값' 정책실패가 키웠다] 전세난 실태 <br>최대 1억이상 올라 아파트서 빌라로, 강남서 외곽으로… 전세 유민 급증세 <br>집값 하락 우려에 매매 수요는 없어

서울 강남 일대 전셋값이 전통적인 학군수요와 청실·우성2차 아파트등 재건축 이주수요까지 겹쳐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세와 월세매물 가격표가 붙어있다. /서울경제신문DB



"전세 들어오려는 사람은 있지만 전세 매물이 거의 없습니다." 기자가 2일 찾은 서울 강남 아파트 전세시장은 '매물 기근'을 겪고 있었다. 대부분의 세입자들은 집 주인의 보증금 인상 요구에 대출을 받아서라도 1억원이 훌쩍 넘는 인상분을 맞춰주고 계약을 연장하고 있다. 집주인들이 저금리 때문에 아예 전세를 반(半)전세 또는 월세로 돌리려고 해 온전한 전세 매물 자체도 줄었다. 적당한 가격이면 강남 진입을 원하는 신규 수요자들은 줄을 서 있다. 한마디로 공급자 중심의 시장인 셈. 이 때문에 강남 전세시장에서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다. ◇대치동 인근 전세 물건 품귀=강남 교육특구 강남구 대치동. 유명 학원가와 8학군 고등학교 때문에 강남 안에서도 전세 수요가 사시사철 끊이지 않는 곳이다. 올해는 청실아파트, 우성2차 아파트 재건축 이주에 따른 수요증가로 적당한 전세 물건을 찾기조차 쉽지가 않다. 배효춘 미래부동산 사장은 "학군 때문에 전세를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옮기고 싶어도 옮길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며 "가급적이면 눌러앉으려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세를 유지하고 싶은 세입자들은 아무래도 계약 기간 동안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1억원 넘게 오른 보증금이 부담이 된다. 서울부동산정보에 따르면 대치우성아파트 95㎡(이하 전용면적) 전셋값은 1년 전 3억2,000만~3억6,000만원에서 현재 최고 3억8,000만~4억2,000만원까지 상승했다. 이 때문에 대출을 받아서라도 보증금을 올려주기도 하지만 상승분을 감당하기 힘들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반전세, 즉 기존 보증금에 인상분을 월별로 나눠 주는 방법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또 집주인들도 저금리에 높은 은행 이자수익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월세를 선호한다. 대치동 우성아파트 근처 W공인 관계자는 "85㎡ 이하 중소형 평형의 경우 최근에는 전세보다 월세가 많이 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높은 전셋값에 아예 매매를 문의하는 사람도 간혹 있지만 말 그대로 '문의' 수준이라는 게 부동산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대치동 삼성 래미안 근처 L공인 관계자는 "가격이 내일이라도 오름세라고 판단되면 돈이라도 끌어다가 안 사겠냐"며 "오를 것 같지 않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많고 높은 매매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세매물 실종 현상 강남 다른 동도 마찬가지=전세 매물 품귀로 대변되는 강남 분위기는 강남 전셋값 상승의 근원지인 대치동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도 마찬가지다. 개포동 J공인 관계자는 "강남 전세시장은 공급부족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금을 줄여준다고는 하지만 예전처럼 아파트를 한 채 더 사서 세를 놓고 돈 버는 사람들은 사라졌다고 봐도 된다"며 "전셋값이 올라 '아예 살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집값이 더 오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반문했다. 높은 전셋값에 아파트 전세에서 빌라 전세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강남 외곽지역으로 옮기는 사례도 많다. 반포동 쇼핑타운 인근 B부동산 관계자는 "인근 아파트 전셋값이 85㎡ 기준으로 올 초보다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1억원 정도 올랐기 때문에 방배동, 더 멀리가면 동작구 사당동 등 평소 선호하지 않는 곳의 작은 평수로 가는 케이스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일원동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원동 개포한신 인근 A공인 관계자는 "기존 세입자들이 집주인과 협상해 가격을 일정 수준 올려주는 사례가 많아 사실상 활발한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라며 "전셋값이 많이 오르다 보니까 찾는 사람이 있지만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남 인접 지역 전세시장은 1~2년 전 강남 수준=강남과 인접한 광진구ㆍ성동구 등의 전셋값은 불과 1~2년 전의 강남 아파트 전세가격 수준까지 치솟았다. 3~4인 가구가 가장 많이 찾는 100~110㎡형 아파트들의 전세가격이 3억원대 중반 수준까지 올라 2년 전 송파구 잠실이나 서초구 반포 지역에서 계약된 새 아파트 전세가보다 비싸진 경우가 허다하다. 기존에 강남에 살던 세입자들이 전셋값 상승으로 인접 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는데다 강남 출퇴근이 용이한 곳에 집을 찾는 신혼부부와 직장인 수요 등이 한꺼번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광진구 광장동 현대5단지 102㎡형은 2년 전 전세 가격이 2억원대 초반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3억6,000만원에까지 거래됐다. 광장동 삼성 1차 109㎡형도 지난 2009년 1억7,000만원까지 전세 거래가 이뤄졌으나 현재는 3억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2년 사이에 전세가격이 1억원 넘게 오른 곳이 속출하지만 매물은 품귀상태다. 광장동 K공인 사장은 "재계약을 하려면 수천만원씩 추가 대출을 일으켜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기존 세입자들이 재계약을 포기하고 서울 외곽으로 이사 가는 일도 잦아진다"고 말했다. 성수대교와 동호대교를 사이에 두고 강남과 마주보고 있는 성동구 일대도 전셋값 상승세가 너무 가파르다. 성동구 옥수동 옥수하이츠 105㎡형도 2년 전 2억원대 초반 수준이던 전셋값이 최근에는 3억5,000만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인근에 옥수 삼성아파트, 강변풍림아이원 등도 비슷한 수준이다. 성수동의 한 세입자 최모(34)씨는 "전세를 살면서 2년 동안 모았던 돈을 고스란히 전셋값으로 다시 갖다 바친 셈"이라고 말했다. 경기 남부에서는 강남 접근성이 좋고 새 아파트가 밀집한 판교 지역의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2009년 입주한 판교 원마을 11단지 126㎡형이 입주 당시 2억2,000만원 수준에 전세가 나왔으나 최근에는 4억원까지 전셋값이 올랐다. 동판교 S공인 사장은 "1억원은 기본이고 아예 두 배 가까이 가격이 오른 곳이 많다 보니 초기 세입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용인이나 성남 지역 등으로 움직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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