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이 달콤한 복지공약이 일으킬 재정악화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것은 전향적이지만 한편으로 혼란스럽다. 세금을 더 걷지 않고 비과세감면 축소와 숨은 세원 발굴 같은 방법으로 복지공약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게 새누리당의 공식 입장이니 말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19%)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고 지적한다. 또 과거에 조세부담률이 21%까지 간 적도 있으니 지금보다 2%포인트 높인다고 해서 세부담이 과도하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주장의 타당성은 잘 따져봐야겠지만 복지수요가 앞으로 늘어날 것이고 그에 대한 당위성은 분명히 있다. 그렇더라도 복지지출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확대할지, 우선순위는 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나라 씀씀이에 맞춰 세금을 인상한다는 것은 본말전도다. 세입범위 내에서 세출을 짜는 것이 나라살림의 원칙이다. 더구나 간접세인 부가세 세율이 인상되면 세 부담은 국민 모두에게 무차별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저소득층일수록 세 부담의 고통이 더 커지는 역진성도 있다. 새누리당이 선별적 복지를 한다면서 부가세를 올리는 방법으로 무차별적 증세에 나서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이다.
얼마 전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부유세를 신설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위원장과 김 본부장 모두 사견이라고 선을 긋기는 했지만 연이어 민감한 이슈를 꺼내는 모습을 보면 당의 정책기조가 흔들리고 있는 게 아닌지 의문스럽다. 증세는 곤란하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공식 입장인데 왜 증세론이 대선 캠프 핵심인사들 입에서 나오는지 박근혜 후보가 직접 나서 분명하게 대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