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불황 한파 몰아친 '부자도시' 거제·울산을 가다

사진설명=국내 ‘최고 부자’지역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경남 거제와 울산지역이 극심한 경기불황 한파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사진은 오가는 차량 없이 썰렁한 울산 효문공단 입구와 한적한 거제시내 거리 모습.

국내 대표적인 고소득 지역인 경남 거제와 울산도 경기불황의 여파로 상당한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조선과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이들 도시는 최근 조선수주 물량이 급감하고 있는데다 현대자동차가 감산에 돌입, 경제상황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지역 전체에 겨울철 냉기보다 더 차가운 싸늘함이 감돌고 있다. 지역내총생산(GRDP) 기준 1인당 소득이 국내 평균의 두배가량인 3만~4만달러에 달해 최고 ‘부자도시’로 호황을 구가해왔던 이들 도시의 모습은 위기상황에 처한 국내 경기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 거제
"손님 골라서 태웠는데 이젠 택시가 찾아다녀"
조선 경기 위축으로 중소형사 도산 위기
중심가 가게들도 매출 50%이상 줄어
“과거 거제지역은 출ㆍ퇴근시간 때는 물론 낮에도 택시 잡기가 힘들 정도라고 전국에 소문이 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출ㆍ퇴근시간 때마저 손님을 찾으러 다녀야 할 정도로 경기가 위축돼 있습니다.” 지난 5일 경남 거제시에서 회사택시기사로 7년째 일하고 있다는 박모(37ㆍ거제시 신현읍)씨는 “하루 400km 운행으로 사납금 11만원을 맞추고도 15만원은 우습게 벌어 전국에서 제일 잘 나갔는데 지금은 사납금을 맞추고 나면 한달 수입이 130만원도 안 된다”며 “삼성과 대우조선해양 때문에 그동안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었는데 지금은 도저히 살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조선산업의 부흥으로 GRDP가 2005년 4조5,000억원이었고 1인당 소득 기준 올해 3만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 거제는 최근 조선경기 불황 탓에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9월부터 11월까지 이 지역에 위치한 빅 조선업체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한 건의 수주도 올리지 못하면서 지역경제는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몇조원의 돈을 쌓아놓은 대형 조선사들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최근 설비 등에 수천억원대를 투자한 중ㆍ소형 조선사들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신현읍 제일번화가에서 7년째 휴대폰 판매 정보통신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42)씨는 “1년 중 12월이 장사가 제일 잘 되는 계절인데 이렇게 손님 한명 없다”며 “7월부터 매출이 50% 이상이 떨어지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인구 21만7,000명의 거제시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소속 임직원, 그리고 협력업체 인원이 5만6,000여명에 달한다. 3인 가족으로 볼 때 16만여명, 즉 70% 넘는 인구가 양대 조선업에 속해 있는 셈이다. 거제시청 지역경제과의 한 관계자는 “모든 업계 전체 상인들이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인 게 사실”이라며 “조선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울산
현대차 협력사 직원들 실업급여 신청 장사진
특근 실종 현대車 직원 "정리해고 악몽 우려"
시민들 지갑 안열어 백화점 매출 첫 감소
“지난 1998년의 정리해고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하루하루를 가슴 졸이며 지내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자동차 2공장에 근무하는 원모씨(46ㆍ울산시 범서읍)는 5일 받아든 월급봉투가 크게 얇아진 것을 보고 큰 한숨만 나왔다. 평소 한달에 두서너번씩 해오던 주말과 휴일 특근을 벌써 한달가까이 참여하지 못해 수령액이 60만~70만원이나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원씨는 “이대로 가다가는 지난해 내 집 마련을 하느라 무리하게 받았던 은행대출이자도 못 갚을 판”이라며 “게다가 더욱 힘든 것은 직원들 사이에 나돌고 있는 정리해고에 대한 압박감”이라고 토로했다. 산업수도 울산의 주력업종인 자동차업계의 심각한 불황으로 울산에 고용불안 공포가 엄습하고있다. 원청인 현대자동차의 감산으로 산하 협력업체들은 벌써 구조조정과 실업사태가 현실화됐다. 지난주 말 기자가 방문했던 울산고용지원센터 내 실업급여 상담창구에는 이 같은 고용불안 사태를 반영하듯 실업급여 신청자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을 만큼 붐볐다. 이들 중 상당수는 현대자동차 2ㆍ3차 협력업체에 근무했던 직원들이었다. 울산 효문공단 내 자동차 부품업체인 B사의 생산과장으로 근무했던 임모씨(41)는 “지난달 회사의 희망퇴직 때 직원 20여명이 한꺼번에 직장을 나오게 됐다”며 “일단 실업급여를 받으며 생계라도 유지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울산고용지원센터 실업급여 담당인 이상아씨는 “올들어 10월 말까지 지역 내 실업급여 신청자수는 총 1만5,515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현재 상태라면 울산지역의 실업급여 신청자수는 올해 말까지 최대 2만명선까지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용불안이 가중되다 보니 지난해 시민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4만260달러로 국내 제1의 부자도시로 일컫는 울산 시민들의 지갑도 완전히 닫혀버렸다. 통계청 울산사무소 관계자는 “10월 울산의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매출은 1,1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나 감소했다”며 “같은 기간 국내 대형 소매점 전체 판매액이 1.6% 늘어난 것에 비하면 지역경제침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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