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아살리기」를 재론한다/이부영 국회의원·민주당(로터리)

기아사태의 해법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기아에 대한 지원 여부를 둘러싼 갈등은 정부·채권단과 기아라는 양자간의 차원을 넘어 한국노총,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와의 갈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이미 재경원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노동계는 기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없을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기업간 인수합병(M&A)을 규제하는 내용의 관련법규를 대폭 개정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졌고, 이것은 결국 기아를 특정재벌에 넘기기 위한 수순이라는 의구심이 자동차업계를 중심으로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기아사태의 해법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갈등은 더욱 꼬여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기아문제에 대해 정부가 단호하게 내세우고 있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리다. 특정기업의 문제에 대해 정부가 일일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며 기아의 문제는 기아와 채권단이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는 것이 시장경제 원리에 부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입장은 논리적으로는 타당할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사회적 여론인 듯하다. 그동안 기업에 대한 개입을 일상화해왔던 정부가 유독 기아에만 불개입의 입장을 고수하는 것도 어색하거니와, 특히 정부 스스로가 현경영진의 퇴진없이는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이미 「개입 아닌 개입」을 시작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아에 대한 지원이 불가하다는 정부의 논거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결국 정부가 기아를 고사시켜 3자인수를 추진하려는 시나리오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되어 있는 상태다. 중요한 것은 기아문제가 단지 정부·채권단과 기아라는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수많은 구성원들과 협력업체들의 운명이 걸려 있다. 기아 가족들의 생계가 막연해지고 협력업체들의 연쇄도산이 빚어지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시장경제의 원리」만을 내세우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시장경쟁의 거센 파도 속에서 사회구성원들의 최소한의 삶을 보호해줄 의지가 없는 정부라면 그것은 이미 정부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부도를 눈앞에 둔 협력업체들과 그 구성원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정부가 기아와의 기 싸움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적절한 일이 되지 못한다. 응급실에 들어와 있는 환자를, 그것도 건강하게 살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각서가 없다고 수술을 거부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일단은 살려놓고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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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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