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골프장 작명 "쉽잖네"

부드럽고 세련된 느낌, 자연, 경영이념, 지역특색 등 담아 <br>360도ㆍ힐드로사이ㆍ세라지오ㆍ파가니카…“작명도 마케팅”


“주말에 렉스필드 가기로 했는데 거기가 예전 동서울 맞지?” “동서울은 캐슬렉스잖아. 렉스필드는 곤지암 쪽에 있는 거고….” 한 모임에서 오간 대화의 한 대목이다. 각기 다른 골프장에 도착해 서로를 기다렸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흔하다. 헷갈리는 이름도 많고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려운 곳도 많다. 골프장 400개 시대를 앞두고 골프장 이름을 짓는 것도 중대한 마케팅이 되고 있다. 기억하기 좋고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작명에 심혈을 기울인다. 국내 골프장 명칭에 얽힌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힐>밸리>레이크>파인 순= 10일 현재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회원사로 등록된 257개 골프장 중에는 구릉이나 야산을 뜻하는 ‘힐(hill)’을 포함한 이름이 22곳으로 가장 많았고 ‘밸리(vallyㆍ계곡)’가 15곳으로 두번째를 차지했다. 산지가 국토의 70%를 넘고 골프장이 주로 산에 조성된 결과다. 뒤를 이어 파인(pine)이 11곳(솔모로 포함), 레이크가 10곳에 달할 만큼 자연 친화적인 이미지는 골프장 작명 때 고려되는 절대적인 요소임을 알 수 있다. 레이크힐스ㆍ파인힐스ㆍ파인밸리ㆍ이스트밸리 등이 예인데 무난한 만큼 중복과 결합이 많아 혼동하기 쉽다는 측면이 있다. 약속할 때는 이름 앞에 지명을 함께 붙여주는 게 필수다. ◇한글 이름은 30%뿐= 257곳 가운데 한글로 된 이름은 88개로 30%에 불과하다. 그나마 뉴서울ㆍ서울한양ㆍ제주 등 지명을 딴 곳이 49곳이나 돼 오히려 순 한글 이름이 기억성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 최근 아름다운ㆍ우리들ㆍ솔모로(소나무 마을)ㆍ해비치 등 부르기 쉽고 뜻도 좋은 우리말 이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차별화로 눈길도 끌고 한국적인 정서를 지키려는 의지도 내비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해석에 백과사전은 필수(?)= 발음도 어렵고 뜻도 모를 신설 골프장들이 부쩍 늘어났다. 눈길도 끌고 세련미와 품격을 갖추면서 골프장이 추구하는 경영 이념까지 포함시키려는 의도 때문이다. 주로 부드러운 발음의 유럽 언어나 합성어들이 동원된다. 힐드로사이(Hill de Loci)는 신의 언덕이라는 뜻의 라틴어다. 레이포드는 스페인어 왕(Rey)과 영어 냇물(ford)을 합쳐 만들었다. 지역색을 강조한 곳도 있다. 여주에 있는 세라지오는 도자를 뜻하는 세라(Cera)와 땅을 뜻하는 지오(gio)의 합성어이고 한우로 유명한 횡성에 조성된 옥스필드는 소(Ox)가 뛰놀던 들판(field)을 의미한다. 벨라스톤의 벨라(Bella)는 아름답다는 뜻의 이태리어다. 파가니카는 옛 로마제국 병사들이 즐겼던 골프 형태의 게임을 말하고 탑블리스는 정상을 의미하는 탑(Top)과 지대한 행복이라는 뜻의 블리스(bliss)를 조합한 이름이다. ◇‘해몽’하는 재미가 있네= 해몽이 멋진 곳들도 있다. 경기 여주에 올 하반기 개장 예정인 360도 골프장은 단연 눈에 띈다.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사방으로 드넓게 펼쳐진 공간’이라는 의미다. 360도는 만물의 근원인 흙ㆍ물ㆍ꽃ㆍ바람을 포함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태영 계열의 3개 골프장의 명칭을 통합한 블루원은 블루칩 등에서 우량의 뜻으로 통용되는 블루와 넘버원을 합쳤다. 경기 포천 소재의 대중제 골프장 포천힐스는 영문 표기에 비슷한 발음의 영어단어 ‘Fortune(행운)’을 사용한 재치가 드러난다. 이밖에 8개의 실제 다리와 고객의 마음 속 다리까지 헤아린 나인브릿지, 베스트와 네스트(nestㆍ둥지)를 결합한 베네스트 등도 재미있는 이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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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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