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신성장사업 각광받던 풍력 단조업체 가보니…

마이스코의 직원들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에 있는 본사 공장에서 8,000톤 규모 대형 프레스기를 작동하고 있다.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12일 부산 지사동의 평산 본사 공장. 기계음이 우렁차게 들려야 할 공장엔 평일인데도 입구에서부터 적막함이 흘렀다. 한때 신성장사업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 부진의 늪에 허덕이는 풍력 단조산업의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회사 규모를 앞으로 더 줄일 생각입니다” 김태현 평산 기획팀 과장은 이렇게 말했다. 평산은 단조업체 가운데서도 풍력사업 비중이 가장 높은 곳 중에 하나로 지난해 초만 해도 390명에 달하던 직원 수를 절반 수준인 197명으로까지 줄였다. 거대한 공장 규모에 비해 작업하는 직원이 눈에 띄게 적은 이유였다. 국내 풍력단조업체들이 안팎의 악재로 신음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축된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단조업체들의 도전이 거세기 때문이다. 한 때 풍력사업이 유망하다는 전망에 너도나도 증설에 나선 것도 해당 업체들의 사정을 악화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들은 더 이상 풍력 단조사업만으론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아래 사업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이 주로 생산하는 풍력 관련 제품은 크게 발전기의 몸체를 구성하는 링 제품과 메인샤프트(회전축)로 나뉜다. 특히 이 가운데 평산과 용현BM 등 비교적 기술 수준이 간단한 링 제품을 주력으로 하던 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들은 풍력 단조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새 먹거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용현BM의 경우는 최근 공장의 기존 링 제조시설을 아예 파이프 제조용으로 돌려버렸다. 대부분 수입으로 채워지는 ‘이음새 없는 파이프’를 생산해 플랜트ㆍ건설ㆍ자동차산업 등에 공급하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 훨씬 낫다는 판단에서다. 김순남 용현BM 재무전략팀 부장은 “풍력시장이 좋아지더라도 링 단조제품에 대한 수익성을 과거 수준으로 확보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링 제조시설 고정비 부담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풍력사업을 접고 파이프 전문기업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산은 사실상 국내 사업보다는 중국 다롄에 있는 자회사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풍력 단조업체 중 유일하게 중국 공장을 보유한 점이 일종의 산소호흡기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현진소재와 태웅 등 기술 수준이 다소 높은 메인샤프트 제조업체는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낫다. 하지만 업계에선 메인샤프트 또한 조만간 중국 등으로 생산물량이 대부분 옮겨갈 것으로 판단하고 이들도 머지않아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풍력업체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회사인 태웅의 경우 올 11월에 원소재인 잉고트, 슬랩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할 예정인데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태웅이 풍력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제강사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태웅이 풍력 원자재 공급용으로만 공장을 설립하면 원가부담이 오히려 더 높아진다”며 “제강을 신사업으로 채택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후발주자로 지난해 말 메인샤프트 생산시설을 갖춘 마이스코 역시 결국에는 스테인리스 등 고급 강 전문업체로 전환한다는 생각이다. 이상명 마이스코 대표는 “단지 매출 규모를 늘리기 위해 증설 했을 뿐 풍력 단조로 수익을 낼 기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풍력단조업계는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와 태양광 발전의 비효율성 등 때문에 국내 풍력산업이 앞으로 크게 발전할 것이란 점은 모두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현대중공업 등 핵심기술을 갖고 있는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예전과 같이 단조 중심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이 대표는 “메인샤프트를 비롯한 풍력 단조는 수명이 길어야 앞으로 4~5년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