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진화하는 은행, 변신하는 지점] <하>'금융 백화점'의 탄생

은행·증권·보험업무 한 공간서 서비스… 실적 쑥쑥



은행·증권·보험사 등 입주

광화문 NH농협금융플러스 올 오픈후 연계 대출 700억


은행 PB서비스 범위도 확대

보험사 반발·상품 결합이 금융백화점 확산 걸림돌


지난 1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복합점포인 광화문 NH농협금융플러스(PLUS)센터. 은행과 증권사, 뒤이어 보험까지 한 곳에 입점해 영업을 시작한 지 약 9개월이 된 지금 하나둘 결실이 맺히고 있다. 증권사를 찾는 손님들이 은행의 고객이 되고 은행 업무를 보던 고객들이 증권사의 문을 두드리는 영업의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 농협은행 관계자는 "증권사에서 기업고객이나 주식담보대출 수요가 있는 개인들을 금리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은행으로 소개해준 결과 광화문 센터를 포함한 총 4개 센터에서 7월 말 기준 무려 700억원의 연계 대출을 성사시켰다"며 "동시에 은행 고객이 자연스럽게 증권사를 방문하는 경우도 많아 복합점포의 증권사 직원 1인당 신규 거래 실적이 인근 일반 점포의 직원보다 약 1.5배 높았다"고 전했다. 농협은행은 10월 중 은행과 증권·보험이 결합된 5호 복합점포를 부산에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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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환경 변화는 지점 형태뿐 아니라 역할도 바꿔놓고 있다. 지점 고유의 영역이었던 예·적금과 자금이체 등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창구에서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해진 것이다. 1%대로 주저앉은 예대마진 대신 새로운 수익원을 키워야 한다는 점도 창구 변화를 재촉했다.

상반기 은행 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복합점포가 이런 맥락에서 시작됐다. 한 공간에서 은행업무와 증권·보험 업무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제공하자는 것이다. 국내 금융 업계에서 처음으로 은행과 증권은 물론 생명 및 손해 보험사까지 결합한 복합점포를 여의도 영업부에 선보인 KB국민은행은 이 점포를 여의도 직장 여성 등을 대상으로 한 '금융 백화점'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국민은행 고위관계자는 "영업시간에 큰 제약을 받지 않고 직장인들이 와서 상담하고 한 점포 안에서 예·적금과 펀드는 물론 자동차보험이나 어린이보험까지 가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프라이빗뱅커(PB) 서비스 역시 눈높이를 낮춰 더 많은 고객으로 범위를 넓혔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기존 부유층을 상대하던 PB들이 사용하던 상담 시스템에서 꼭 필요한 부분만 추린 라이트 버전의 상담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고 함영주 신임 KEB하나은행장은 전직원의 PB화를 선언, '행복파트너(Branch PB)' 1,708명을 선발해 854개 전지점에 배치했다. 금융자산 3,000만원 이상 고객과 장기거래 고객은 영업점에 신설된 '브이아이피 멤버스(VIP Members)'라는 공간에서 행복파트너에게 자산관리와 연금 계획 등을 상담할 수 있다.

신한금융은 7월 자산관리 서비스 자격 요건을 금융자산 3억원에서 1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금융자산이 1억원 이상만 되면 16개 복합점포에서 은행과 증권의 통합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브랜드인 '스타테이블(STAR TABLE)'을 기존 중노년층 고객 중심에서 20~30대 고객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스타테이블에서 자산관리를 받는 20~30대가 올 1·4분기 2,44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물론 이 같은 변화가 은행 전점포로 확산되기에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특히 복합점포의 보험사 입점은 전업계 보험사와 소속 설계사들의 반발로 금융당국이 2년간 금융지주사별로 3개씩만 시범 운용하도록 한발 물러섰다. 상품의 성격이 다른 만큼 같은 공간에서의 유기적인 결합도 만만한 문제는 아니다. 점포의 영업 전략을 짤 때 은행 외에 증권과 보험 부문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도 복합점포 확대에 속도가 나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금융권은 은행 점포의 역할이 다양해지는 것은 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 점포가 더 종합적이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앞으로 은행 지점, 증권사 지점이라는 이름은 사라지고 '금융스토어'나 '금융백화점'이 일상적인 풍경이 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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