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정광수 산림청장

"치산녹화서 탈피 산림통해 국민 행복지수 높일 것"<br>경제림·바이오림등 수종 교체, '생애주기형' 산림복지정책 추진<br>산림녹화기술 수출·지원, 亞협력기구 내년 출범 주도, 녹색성장·기후변화도 적극 대응



"기후변화협약에서 탄소흡수원으로 유일하게 인정하는 것이 산림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는 2013년 온실가스 의무감축 당사국으로 가입될 가능성이 높은데 국토의 63%가 산림이라는 점은 이에 대처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 정광수(55) 산림청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온실가스 의무 당사국이 될 경우 이산화탄소를 6% 감축해야 할 의무가 지워진다"며 "산림이 3.9%, 산업 등 여타 부문이 2.1%를 줄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청장은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녹화에 성공한 가장 대표적인 국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국격에 맞는 산림을 만드는 동시에 40여년간 쌓아온 치산녹화 노하우를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지원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정 청장은 "산림은 이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몫을 담당할 것"이라면서 "생애주기형 산림복지정책을 수립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외에 걸쳐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가 기후변화 문제입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산림청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해놓고 있습니까.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9위로 2013년 온실가스 의무감축 당사국으로 가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탄소흡수원 확충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현재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5억9,950만톤 중 산림이 3,600톤 정도를 흡수하고 있습니다. 산림 이외의 부문에서 탄소흡수원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산림을 통한 탄소흡수원 확충이 필요합니다. 나무심기는 물론 간벌, 산림 바이오메스 활용, 해외 산림자원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서 산림청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정부는 지난 7월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에서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자립, 신성장동력 창출, 삶의 질 개선과 국가위상 강화 등을 3대 추진전략으로 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산림은 이들 3대 추진전략과 긴밀하게 관련돼 있습니다. 탄소흡수원 역할을 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주체가 되고 연인원 1,460만명에게 녹색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산림은 산림 바이오메스 등 새로운 에너지원을 만들어내고 국민들에게 건강을 찾아주는 새로운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기도 합니다. -녹색 일자리 창출사업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 고민거리인 실업 문제 해소에도 한 몫을 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산림청은 올해 녹색 일자리 사업을 통해 취약계층, 청장년 및 여성 실업자를 대상으로 총 6만3,000개의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9월 말 현재 1일 평균 6만1,00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연인원 고용목표 1,465만2,000명의 75%인 1,099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숲가꾸기사업과 경제수 조림, 산림복원사업 등에서 3만3,000개, 등산로숲길정비사업 및 숲해설가 등 산림 서비스 증진사업을 통해 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습니다. 이밖에 산림 바이오메스 사업과 산림재해예방사업, 기타 인터 및 R&D분야에서 1만8,500개의 일자리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산림 분야에서 일하는 공공근로자들의 만족도가 96%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성공적인 일자리 창출 사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치산녹화 시대의 산림을 21세기형 산림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벌거숭이 산을 오늘의 푸른 산으로 바꾸는 데 아카시아ㆍ리기다소나무 등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림과 바이오 순환림 등 녹화선진국에 걸맞은 수종으로 대체해야 할 때입니다. 얼마 전부터 리기다소나무를 벌채해 산업용재로 공급하고 이 지역에 경제림을 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산림구조 개편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산림청은 특히 탄소흡수 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빨리 자라고 나무경관도 좋은 백합나무와 함께 루브라참나무 등 속성수를 대대적으로 심을 계획입니다. 올해까지 6,000㏊를 조성하고 2013년 5만㏊, 2020년 10만㏊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펠릿이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과 부합하는 사업으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국내 펠릿 산업은 어느 수준인가요. ▲펠릿 산업은 스웨덴 등 유럽에서 급속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현재 세계 목재펠릿 시장은 연간 1,000만톤에 달하고 그 중 80% 이상을 유럽과 캐나다ㆍ미국에서 소비하고 있습니다. 국내 목재펠릿 산업은 초기 보급단계로 대부분 농ㆍ산촌 농가주택의 난방연료로 사용됩니다. 지난해 7,000톤 정도 수입돼 난방용과 농업용으로 쓰였습니다. 그러나 펠릿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산림조합중앙회 여주 목재유통센터에 펠릿공장을 처음으로 마련한 데 이어 경기 양평군과 충북 청원ㆍ단양군, 경남 김해시 등 4곳에 펠릿 제조시설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또 올해 농ㆍ산촌 주민을 대상으로 펠릿 보일러 3,000대를 보급하고 있으며 대규모 난방시설이 필요한 군부대에 시범사업으로 목재펠릿 보일러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석탄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에 대한 혼소발전의 기술ㆍ경제적 타당성 검증을 위한 시범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2년까지 시설원예 경유난방의 20%를 목재펠릿(50만톤)으로 대체하고 2020년까지 난방용으로 등유를 사용하는 농ㆍ산촌 주택 14만가구에 펠릿 보일러를 설치할 것입니다. -산림청이 창설을 주도하고 있는 국제기구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한국이 대표적인 치산녹화 성공국가로 인정받으면서 산림기술 전수 및 조림사업 지원을 요구하는 국가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산림녹화 기술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개도국의 사막화 방지와 파괴된 열대림 복원, 양자 및 다자 간 협력사업 등을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시아 지역의 녹색성장과 기후변화 대응에 한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기반이 마련됐다는 공감대 아래 아시아산림협력기구 창설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6월 제주도에서 열린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아시아산림협력기구 설립을 위한 공동성명이 채택됐는데 2011년에는 기구 출범이 가능할 것입니다. 아시아산림협력기구는 향후 기후변화에 대응, 탄소흡수원 확충을 위해 훼손된 열대림 지역의 산림복구와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을 추진하며 산림전문가 육성을 위한 인력양성 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산림 관련 공동연구도 벌이게 됩니다. -국내 산림자원 확보와 함께 해외에서의 산림자원 확보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해외 산림자원 확보계획은 무엇입니까. ▲전세계 각국이 자원확보를 위해 공세적인 자원외교를 벌이는 등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현재 인도네시아ㆍ뉴질랜드 등 9개국에 13개 업체가 진출해 18만㏊의 조림을 해놓았습니다. 2017년까지 해외조림 면적을 25만㏊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3월에는 인도네시아에 펠릿 원료생산을 위한 기지로 20만㏊의 조림 대상지를 확보했고 파라과이ㆍ칠레 등 중남미 지역을 대상으로 한 자원외교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산림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산림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는데 어떻습니까. ▲국민 10명 중 4명이 한 달에 한번 등산을 한다고 합니다. 주5일제 근무 확대에 따라 산을 찾는 국민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보다 많은 국민들이 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출생기부터 노년기까지 산림을 통해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생애주기별 산림복지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입니다. 임산부가 산림에서 태교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든지 아토피 환자 또는 우울증 환자, 말기암 환자 등이 가족과 함께 장기간 묵으면서 건강을 챙기는 시설을 마련한다든지 등 산림이 휴양기능과 치유기능까지 담당하도록 할 것입니다. -산림의 보존과 이용을 균형 있게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전국의 산지를 보전산지와 준보전산지로 구분해 보전산지 내에서는 개발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재해발생이 우려되거나 경관적으로 보전할 가치가 있는 산지 등은 산지전용제한지역으로 지정해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국토여건상 사회기반시설 등을 위한 토지수용 수요의 일부를 산지에서 공급해야 하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습니다. 또한 농ㆍ산촌의 지역발전 및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완화와 함께 불합리한 규제정비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약력 ▲1953년 강원 춘천 ▲1975년 강원대 농대 임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농학박사 ▲제15회 기술고시 ▲산림청 이용과장 ▲주인도네시아대사관 임무관 ▲임업연수원장 ▲산림청 임업정책국장ㆍ산림자원국장 ▲국립산림과학원장 ▲산림청 차장
남북 산림협력 진두지휘등 30여년간 산림청서 한우물
中 고전 읽기 즐겨 저서 출간, 바둑·낚시등 취미도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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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청장은

정광수 산림청장은 이채로운 경력을 가졌다. 9급과 7급 공무원에 각각 합격해 재직하다 지난 1979년 기술고시에 합격했다. 30여년간 산림청에서만 근무하면서도 일반직ㆍ계약직ㆍ공모직ㆍ정무직 등을 두루 거친 독특한 이력도 있다. 정 청장은 이 같은 경력이 산림사업 현장의 애로사항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산림 현안을 풀어가는 밑거름이 됐다고 한다. 그는 임업정책국장 재직시 '산림기본법'과 산지의 난개발 방지를 위한 '산지관리법'을 제정, 산림관리의 기초를 튼튼히 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자원국장으로 일할 때는 북한 황폐지 복구를 위한 '산림녹화협약 체결'과 '개성지구 나무심기'등 남북협력 산림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정 청장은 '한 사람이 평생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경험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내 것으로 만들면서 살아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정 청장은 이 같은 삶을 실천하기 위해 중국 고전에 탐닉했다. 그는 이를 통해'쓸모 없는 지식을 배우기보다 슬기로운 지혜를 얻는 게 낫다'는 지론을 얻었고 춘추전국 시대의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들의 이야기를 종횡으로 분류해 교훈적인 것을 정리한 '춘추전국의 지혜'라는 책을 내놓기도 했다. 정 청장은 다양한 취미활동도 즐긴다. 특히 바둑이 3급으로 바둑 애찬론자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바둑은 두뇌활동은 물론 사색과 몰두의 미학이 있는 아주 훌륭한 여가문화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한다. 또 짬짬이 강원도의 물 좋은 곳을 찾아 낚시를 즐긴다. 낚시야말로 시간을 낚고 또 기다릴 줄 알게 하는 레포츠라는 생각에서다. 박희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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