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직원이 밀수입을 했을 경우 소속 법인에도 밀수품 액수만큼 추징금을 부과하는 관세법 규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부산지법이 수입 화물의 검정을 담당하는 A사의 신청에 따라 낸 구 관세법 제282조 4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5(합헌)대3(위헌)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재판소는 "관세법은 법인이 직원의 위반행위를 막을 방법이 없었음을 증명하면 처벌하지 않으므로 책임주의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법인에 몰수ㆍ추징하는 것은 직원 등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아 위반행위를 저지를 여지를 둔 법인을 엄히 처벌하려는 입법자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위헌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법인의 책임 정도와 상관없이 반드시 전부ㆍ전액을 몰수ㆍ추징하도록 한 것도 비례원칙에 어긋난다거나 과잉처벌이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위헌 의견을 낸 이공현ㆍ김종대 재판관은 "위반행위를 막을 방법이 없었음을 법인이 증명하지 못하면 처벌받게 한 것은 입증책임을 부당하게 피고인에게 전가해 책임주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조대현 재판관은 "벌금과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는데도 반드시 몰수ㆍ추징까지 하도록 한 것은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화물ㆍ선박 검사 업무를 하는 A사는 한 직원이 수입 화물의 중량을 축소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장어수입업자의 밀수를 도와줬다는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4억2,000만여원이 선고되자 항소심 법원인 부산지법에 위헌제청을 신청했다.
부산지법은 "법인의 책임 정도를 구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전부 몰수 내지 추징하도록 규정한 것은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은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위헌제청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