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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공서열이나 학벌이 아니고 일한 만큼 대우해주는 회사를 만들려고 합니다."
부산 사상에 위치한 사출성형기 전문업체 동신유압은 올해 인사고과 제도를 바꿨다. 작년까지는 모든 직원이 똑같이 인상되는 정률제가 적용됐지만 이제는 성과로 매겨진 등급(A~E)에 따라 인상폭이 다르다.
9일 동신유압 본사에서 만난 김병구(사진) 대표는 "인사고과 평점과 연봉협상을 모두 부서장에게 맡겼더니 조직체계도 갖춰지고 직원들 눈빛이 바뀌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올해부터 회사 순이익을 성과급, 회사유보, 배당 등으로 3분의 1씩 배분하는 '3·3·3 제도'를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회사 수익의 3분의 1을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돌려줌으로써 직원들이 스스로 신바람 나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든 것.
특히 이 성과급은 모두가 똑같이 나누는 것이 아니라 대표의 재량으로 우수 직원들에게만 지급하기 때문에 몇몇은 연간 보너스로만 1,000만원 이상을 받기도 한다.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조치다.
김 대표는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2013 직업능력의 달' 기념식에서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우수한 직업훈련 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자의 능력개발 향상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 지난 3년간 60여명을 신규 채용, 전체 직원도 150명으로 늘렸다.
그는 "우리 회사가 최고가 되려면 인재들이 최고가 돼야 한다"면서 "동기부여를 통해 회사에 대한 소속감과 대우받는 느낌을 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에는 인재가 적기 마련이다. 중소기업 입사자들을 보면 선천적으로 떨어진다기 보다 그 시기에(학창시절)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경우가 많다. 그런 직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기회를 부여해 최고 인재로 양성하겠다는 게 김 대표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동기부여 교육, 외국어(영어ㆍ일본어ㆍ중국어) 교육을 하고 있으며 아이패드 경진대회 등을 지원하고 있다. 본사 1층 식당에는 휴식을 취하며 언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서관도 만들었다. 김 대표는 "자신은 노력하는데 주변에서는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 해봐야 안 된다는 분위기로는 동기부여가 될 수 없다"며 "부정적 꺼리는 제거하고 즐길 꺼리를 많이 만들어주는 '펀(Fun)경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이 회사는 명절 때 선물이 들어오면 제비 뽑기를 해서 전 직원이 나눠 갖는다. 1번을 뽑은 직원부터 차례로 마음에 드는 것을 가져간다. 또 김 대표는 지난 추석 때는 직원들에게 예취기를 선물했다. 10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을 맞아 티켓을 구해와 젊은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이벤트도 벌였다.
동신유압은 1967년 설립 이래 사출성형기 분야에만 한 우물을 판 지역 대표 강소기업이다. 사출성형기는 플라스틱 등 원료를 금형 틀 안에 넣어 제품을 만들어내는 설비다. 올해 매출액은 610억원이 예상된다.
김 대표는 "국내 전체 시장규모가 4,000억원으로 아직 무궁무진하게 먹거리가 많다"며 "지금까지는 생산자 관점 위주로 일해 왔는데 이제는 더 어려워도 고객이 요구하는 길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그래서 그는 관심ㆍ관찰ㆍ(고객)관점이라는 '3관'을 강조한다. 이와 함께 기본적으로 '안돼'라고 하기 보다 항상 다양한 시도를 통해 고정관념을 깨려고 노력한다. 김 대표는 "평범한 것을 부정하고 다르게 생각하도록 직원들을 이끌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도록 유도한다"고 피력했다.
동신유압은 내년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김 대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할 수 없지만 획기적인 신기술을 적용한 기계가 내년쯤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중국산 제품이 치고 올라오면서 우리 기업들이 중국 탓을 많이 하는데 남 탓을 하기 보다 우리 기술이 믿음을 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