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과학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문화 활동"

김재완 고등과학원 부원장


"기술이 생존을 위한 경제활동과 관계가 있다면 과학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문화활동입니다." 순수 이론기초과학을 연구하는 고등과학원(KIAS)의 김재완(52) 부원장(원장직무대리)은 19일 과학을 끊임없는 호기심 탐구라는 인간의 본질에 가까운 학문이라며 이같이 정의했다. 김 부원장은 "우리는 그동안 선진국들이 100여년에 걸쳐 이뤄낸 기초과학의 결과를 거의 무상으로 빌려 고속성장을 이뤘다"며 "기술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과학은 미래를 위한 무형의 투자인 만큼 이젠 우리 손으로 업적을 낼 수 있는 연구기반을 다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른바 '돈 되는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 아니라서일까 KIAS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지만 해외에선 꽤 유명하다.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인 에필 젤마노프(1994년), 이론 물리학자 레너드 서스킨드 등 세계 석학들이 이곳에서 연구하고, 에릭 와인버그(콜럼비아대) 등 세계 정상급 교수들이 방문, 국내 학자들과 교류한다.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도 들른 적 있다. 그는 "KIAS는 아인슈타인이 마지막까지 연구했던 미국 프린스턴고등연구소(IAS)를 모델로 탄생했다"며 "노벨상 중 이론과학분야의 수상자가 드문데 올해로 설립 80년인 IAS는 22명의 수상자를 배출할 정도"라고 말했다. 설립한지 15년이 된 KIAS는 이른바'한국 과학계의 두뇌 집단'이다. 국가과학자로 선정된 황준묵 교수,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한 강석진ㆍ오용근ㆍ김범식ㆍ변재형ㆍ김인강 교수 등이 연구의 꽃을 피우고 있다. 순수 이론기초과학의 중요성을 묻자 김 부원장은 "1900년대 양자역학이 처음 발표됐을 때 모두가 시큰둥했지만 20세기 들어 반도체ㆍ레이저ㆍ화학ㆍ공학 등 주요 산업분야의 핵심기술로 응용ㆍ발전했다"며 "현재 기초과학의 연구성과에 대한 응용발전은 후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선 언제쯤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겠냐는 우문에 그는 "온돌이 따뜻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현답으로 받아쳤다. 이어 김 부원장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에 수상자들은 과학계 전체로 보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정도로 기초과학 분야 연구층이 두텁고 국민들의 의식 수준도 높다"며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 그리고 연구자들의 꺾이지 않는 지적 탐구와 열정의 부산물이 바로 노벨상"이라고 덧붙였다. 과학에 대한 정부정책과 국민인식이 대학입시에 지나치게 집중된 데 안타까움을 표하는 그는 "대학에서 물리학 지망생이 줄고 있는데 미래 기술의 원동력을 찾는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과학 인재들이 대학 졸업 후에도 안정된 여건하에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KIAS가 바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원장은 KAIST의 부설기관인 현 위상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기초연구는 묵묵히 그리고 끊임없이 지원해야 하는데 리더가 바뀔 때마다 외풍에 휘말린다면 연구진의 자율성을 침해받기 쉽다"며 "KIAS의 발전을 위해 장기적으로는 KIAST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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