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고] 한 금융인의 새천년 소망

투자자들이 부푼 기대를 갖고 새해 첫 주식시장을 맞이했다. 하지만 미국 나스닥 지수 폭락과 이에 따른 국내 증시의 대폭락이라는 현실속에서 정부당국의 코스닥시장에 대한 조사유보라는 진화작업으로 겨우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는 우리 경제의 전망이 밝고 기업의 경영실적이 양호한 현 상황에서 우리 투자환경이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될 것들이 남아있음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시작이 반」이고 「첫 단추를 잘 꿰야한다」는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속담, 격언들이 시사하는 것은 바른 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또 바른 출발을 위해 새천년을 시작하는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에 아무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지난 56년 우리나라에 주식시장이 도입된 이래 끝없이 제기됐던 문제는 증시의 3대 악습으로 일컬어지는 「내부자거래, 시세조정, 불성실공시」라는 것이었고 이들은 한탕주의라는 일부 투자자의 그릇된 투자패턴과 맞물려 증시의 선진화를 저해하는 요소로 뿌리깊게 자리매김 해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것들은 새천년을 맞이해 필연적으로 없어져야 할 부분이며, 이를 위해서는 건전한 시장질서를 수호하겠다는 감독기관의 의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시장 참여자 스스로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따라서 시장참여자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투자가의 변화가 이젠 필요할 때라 생각된다. 많은 일반 대중이 증권투자를 가장 유망한 재테크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말 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개인투자자의 33%만이 증권투자로 이익을 보았다고 대답했고 손해를 본 사람도 29.7%에 달했으며, 나머지 37.4%는 투자원금을 유지하는데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참담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투자인구의 대부분(91.8%)은 증권사 객장과 인터넷을 이용한 직접투자를 선호했고 투신사를 이용한 간접투자는 8.2%에 불과했다. 물론 언론과 객장의 루머를 통해 성공한 사람의 무용담이 심심찮게 알려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이루기 힘든 꿈에 투자를 한다고 볼 수 있다. 개인투자가에 못지않게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증권관계업 종사자의 윤리의식 회복이다. 지난해 12월초 공매도를 통해 수십억원의 이익을 본 한 개인투자가와 이를 협박해 사욕을 취하려던 증권사 직원들의 일탈행위가 언론지상을 통해 공개되면서 많은 일반대중을 씁쓸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있었다. 또한 시세조작혐의로 몇몇 유명 코스닥 기업의 대주주가 고발 및 조사를 받은 사실, 비상장 주식을 이용한 부의 편법증여를 꾀한다고 알려져 시민단체로부터 고발 당한 기업 총수의 사례 등 건전한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새천년에는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란다. 지난 한해동안 많은 기업들이 뼈를 깍는 구조조정을 통한 각고의 노력끝에 좋은 경영성과를 달성했다. 이러한 노력이 시장에 그대로 반영돼야 할 것이며 기업의 경영성과를 계량화해 시장에 반영 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리서치기능이 앞으로 증권사 및 투신사 경쟁력의 핵심이 돼야 할 것이다. 많은 기업이 IR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사외이사제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는 등 경영의 투명성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새천년에는 주주가치극대화 경영이 뿌리를 내리기를 소망한다. 지난 2년간 구조조정을 위한 정부와 감독기관의 피나는 노력도 이제 결실을 맺으려 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의 평가도 새천년에는 꼭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각 경제주체들간의 자율규제와 시장기능의 활성화로 새천년에는 관치금융의 극복이라는 오래된 숙제도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새천년에는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며 많은 투자가들이 4월 총선이 경제에 부담이 안되길 바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희망한다. 올해엔 투자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증권관련 제도의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고 채권시장에서도 7월에는 시가평가제가 전면 도입될 것이며 랩어카운트의 도입등 제도상의 변화도 많을 것이다. 금융기관간의 업무영역의 철폐도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새천년을 시작하는 금년에는 우리의 투자문화도 보다 선진화되기를 기대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