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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한국의 외화자금 사정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크게 개선된 만큼 현 시점에서 추가로 다른 국가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또 한국은행 보유외환을 시중은행에 대출하는 것보다는 은행이 외화자금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먼저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개최한 '세계경제 위기와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 G20의 역할' 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기자와 만나 "한국 경제는 추가적인 통화스와프가 없어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 더욱 안정된 모습을 보이겠지만 거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면서 "금융안정을 위해 은행 부문의 내구성을 키우고 대외적으로 주요20개국(G20) 등에서 우리의 이익을 충분히 대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3,000억달러의 한은 보유외환을 시중은행에 대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시중은행은 외환보유액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체적으로 취약성을 줄이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보유외환은 최후의 보루로 삼아야 하고 우선적으로 은행이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경기침체와 유럽 재정위기 확산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한국은 재정건전성이 양호하고 제조업 경쟁력도 높아 글로벌 경제위기 때마다 '브이(V)'자 반등을 보였다"며 "한국경제를 암울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한국 채권시장을 높이 평가했다. 신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 채권시장은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외국인들이 한국 경제에 믿음과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증거"라며 "올해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은 더욱 증폭되겠지만 채권시장은 굳건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제주체들이 자본규제의 일환으로 토빈세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외환과 금융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토빈세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특정 국가에서만 실시해서는 안 되며 국제공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견해를 쏟아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에는 국제공조를 통해 위기를 빠르게 해결했지만 이번에는 선진국이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없다"며 "달러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정부와 시중은행은 외화자금을 미리 조달하고 외화부채에 대한 점검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 경제의 대응 능력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졌을 때는 우리가 갑작스럽게 당했지만 지금은 2008년 경험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잘 대응하고 있다"면서 "한국은행 보유외환과 단기외채 상황도 크게 개선되는 등 준비가 잘돼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