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클럽 길게 잡고 부드럽게 스윙<br>그린 주변선 띄우지 말고 굴려야
기온이 뚝 떨어졌다. 그린은 얼어 볼이 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더 페어웨이를 밟아보려는 골퍼들의 마음까지 얼어붙게 만들 수는 없다. 입김으로 손을 녹여가며 종종걸음으로 필드를 돈 뒤 온탕에서 땀을 빼는 겨울 라운드만의 추억도 포기할 수 없다.
겨울 골프는 '운칠기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래도 평소 잘 치는 사람이 잘 친다. 코스 상태를 잘 활용하는 전략 덕분이다. 프로와 아마추어 고수의 조언을 바탕으로 스코어를 지키고 건강도 지키는 겨울철 스마트 라운드 요령을 살펴본다.
◇스윙 템포를 느리게=추운 날씨에는 몸도 마음도 급해지게 마련이다. 걸음걸이도 빨라지고 스윙 템포도 빨라진다. 이럴수록 볼을 정확히 맞히기가 더 어려워진다. 쉽지는 않겠지만 느긋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백스윙을 평소보다 느리게 감아올리고 톱에서 잠깐 멈춘다. 피니시 자세를 제대로 취하겠다는 생각도 리듬에 도움이 된다.
◇그린 앞에 떨궈라=그린뿐 아니라 페어웨이와 러프의 지면도 단단하다. 아이언 샷으로 그린을 직접 노리면 볼이 튀어올라 그린을 벗어나고 벙커나 아웃오브바운즈(OB) 구역으로 갈 위험도 있다. 그린보다 3~5m 앞쪽에 떨어뜨리도록 하고 핀 위치에 따라 가감한다. 가파르게 찍어 치지 말고 다소 평탄한 스윙으로 쓸어 치는 게 좋다. 지면을 때리는 충격으로 손목이나 팔꿈치에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클럽 길게 잡아라=그린 앞에 떨구기 위해 짧은 클럽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성인 아마추어(미드아마) 골프 강자인 오기종씨는 "추운 날씨에는 몸이 잘 돌아가지 않고 볼의 탄성도 떨어져 생각보다 거리가 덜 나간다"며 "짧은 클럽보다는 번호 하나 긴 채를 잡고 부드럽게 스윙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로프트 각이 작아 조금 짧아도 굴러서 올라갈 확률도 높다"고 말했다.
◇그린 주변에서는 굴려라=그린을 놓쳤다면 '굴리기'로 기본 전략을 세우는 것이 유리하다. 띄워 올리는 샷은 실수의 위험이 높다. 지면이 단단하고 볼이 지면과 밀착돼 있는 만큼 클럽헤드를 볼 아래로 정확히 통과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로프트가 큰 샌드웨지나 로브웨지 대신 7~9번 아이언을 선택해 퍼트를 하듯 쓸어 치면 수월하게 볼만 깨끗이 맞힐 수 있다. 임팩트 때 왼쪽 손목을 젖혀 올리지 않는 게 성공 열쇠다. 웬만한 거리에서는 퍼터로 굴려도 좋고 칩샷 전용 클럽인 치퍼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퍼팅은 과감하게=프로골퍼 강욱순은 "겨울 그린은 잔디가 선 채로 얼어 있기 때문에 볼이 잘 구르지 않고 잔디결의 영향도 거의 없다"면서 "경사도 많이 타지 않으므로 방향보다는 거리에 신경을 써 홀 가까이 붙이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그러려면 퍼터 페이스 중심으로 볼을 맞히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체온 유지가 곧 스코어 유지=체온을 지키는 게 스코어를 지키는 길이다. 상의는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는 게 보온에 효과적이다. 한 아마추어 고수는 바람막이를 스웨터 겉에 입는 것보다 속에 입는 게 더 낫다고 귀띔했다. 체온 유지를 위해 이동 중에는 패딩점퍼를 걸치고 있다가 샷을 할 때만 벗어 두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목까지 올라오는 셔츠와 벙어리 장갑, 귀를 덮어주는 형태의 모자, 핫팩 등도 빠뜨리면 라운드 중 후회할 품목들이다. 티오프 시간 전에 미리 밖으로 나가 등에 땀이 날 정도로 충분히 몸을 풀어주면 체온을 올리고 심장박동 수를 높여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마음 풀기도 중요하다. 스코어 기대치를 낮출수록 겨울 라운드의 즐거움은 높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