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레임덕과 오세훈 서울시장

그것은 아직 알 수가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최종 목표가 사랑받는 ‘시정의 봉사자’로 남는 것인지 아니면 시정을 통해 차세대 대권을 향한 포석을 놓는 것인지는…. 더구나 참여정부의 존속 기간을 1년 이상 남겨놓은 현 시점에서는…. 최근 용산민족공원 조성과 서울시에 대한 정부부처 합동감사에서 보여준 오 시장의 기세가 놀랍다. 반환되는 미군부지 전체를 공원화하느냐 여부를 놓고 건설교통부와 날카롭게 대립하는가 하면 7년 만에 처음 실시되는 행정자치부 등 정부감사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법 위반을 들어 헌법재판소에 제소까지 했다. 따지고 보면 용산공원을 잘 만들고 지방자치를 잘하자는 취지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견해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시장이 연일 대정부 강공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집권당이 같았던 시절에는 이 같은 불협화음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사인(私人)간의 분쟁도 가급적 재판보다는 당사자간 화해를 우선시하는 우리의 법문화를 변호사 출신인 오 시장이 모를 리 없다. 서울시가 ‘한평의 땅도 빼놓지 말고’ 용산공원을 공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동대문운동장 한켠을 헐어 ‘디자인 콤플렉스’를 개발하고, 좁아터진 옛 시청 부지를 공원화하는 대신 기어코 기형적인 모양의 신 청사를 짓겠다고 우기고 있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아무래도 정치 공세일 가능성이 높다. 다가오는 차기 대통령 선거와 이와 연관된 한나라당의 정치전략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이 방면에 밝은 사람들의 얘기다. 가급적 ‘절름발이 오리’를 몰아칠 수 있을 때 몰아치자는 얘기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한가지 유념해야 할 대목이 있다. 자신을 공천해주고 키워준 소속 정당에 대한 보은(報恩)도 필요하지만 서울시장으로 오래 기억되기 위해서는 서울시와 시민들을 진정 사랑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앞길이 유망했던 수많은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이익에 반해 당리당략에 놀아나다가 하루아침에 실족해버린 일을 오 시장은 새삼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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