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벨류(Christopher Vellew) - 프루덴셜 인터내셔널 석유 트레이더
“국제석유시장에 최근 헤지펀드들이 참여, 대거 선물과 옵션을 쏟아내면서 가격이 급락했습니다. 이들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석유 시장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요즘처럼 국제석유시장에서 일하는 석유 트레이더들 만큼 바쁜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한달 사이에 유가가 30% 이상 급락하고, 다시 10% 뛰는 시장에서 순간적인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프루덴셜 인터내셔널의 석유트레이더 크리스토퍼 벨류씨도 오후 5시 런던 석유시장이 마감했는데도 트레이딩 룸을 지키며 뉴욕 상품거래소가 움직이는 것을 주시했다. 그를 전화로 연결, 최근 석유시장 분위기를 들어보았다.
- 이라크 전쟁 전에 배럴당 40 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졌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전쟁 이전에 생산량이 감소할 것에 대비해서 각국이 증산을 단행한 것이 주 원인입니다. 게다가 파업으로 원유 생산을 하지 못했던 베네주엘라도 석유 공급을 일부 재개했습니다. 아울러 북반구의 기후 조건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면서) 따듯해져서 석유 수요가 준 것도 유가 하락에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 91년 걸프전 이후에 국제 원유가가 붕괴하다시피 급락했습니다. 이번 전쟁 후에도 유가가 걸프전때처럼 급락할 가능성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현재의 국제 유가 동향은 91년 걸프전때처럼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다소 약간의 상황 변수의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 그 차이가 무엇입니까.
▲가장 중요한 차이는 헤지펀드들이 석유시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헤지펀드들은 시장 가격이 높을 때 대규모 `팔자` 공세를 취했습니다. 그들은 전쟁후에도 다시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봅니다.
- 그러면 국제 유가는 얼마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합니까.
▲북해산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할 때 배럴당 25.5~27 달러에서 안정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쟁이 좀더 길어진다고 하더라고 원유가는 이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관측합니다. 왜냐하면 이라크에서 원유 생산이 재개되고,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이라크와 쿠웨이트 일부에서 원유 생산이 중단되고 있는데 세계 석유 공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봅니까.
▲단기적으로는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시장에서 보는 관점에서는 이라크와 쿠웨이트 석유 생산이 곧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라크 원유 수출의 장애 요인이 제거될 경우 원유 생산 재개의 조건이 형성될 것으로 봅니다. 한편으로 다른 OPEC 국가들도 원유 생산을 정상화할 것입니다.
- 베네주엘라와 나이지리아의 정치적 위기가 국제석유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연초에 베네주엘라의 막대한 생산이 중단돼 석유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베네주엘라에서 수출 감소분이 하루에 220만~250만 배럴이 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석유 수출이 재개되고, 더 이상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나이지리아의 정치 상황은 좀더 지켜봐야 할 사항입니다.
- 이라크군이 원유생산시설을 방화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라크의 방화가 당초 예상했던 것처럼 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는 않군요.
▲그렇습니다. 지금 불타고 있는 이라크의 유정은 걸프전때 쿠웨이트 유정이 불탔던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수가 적습니다. 지난번 전쟁때 쿠웨이트 유정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라크 유정이 크게 손상되지 않는 한 유가는 하락할 것으로 봅니다.
-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이 이라크 석유 생산을 재개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이라크가 5년전의 수출량을 회복하려면 적어도 몇 년을 걸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라크내 생산이 정상화되면 하루 200만~250만 배럴을 수출할 수 있게 됩니다.
- 전쟁이 끝나면 OPEC이 증산을 합의할 것으로 생각합니까.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전쟁후 유가가 적정 범위 이하로 하락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석유 생산의 수익을 맞추기 위해서는 증산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 전쟁 전에 유럽 연합(EU) 고위 간부들이 유가가 배럴당 80 달러까치 치솟을 것이라고 우려했는데요.
▲배럴당 50 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들이 있었는데, 이미 사실이 아님이 입증됐습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