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피플 인 이슈] 53% 압도적 지지… 밀어붙이기식 성장 정책은 시험대에

재선 성공 페르난데스 아르헨 대통령<br>경제장관 러닝메이트 지명등 정책 연속성에 강한 의지<br>원자재값 하락·빈곤층 증가등 국내외 환경 변화 부담커<br>"정책 궤도수정 불가피" 전망도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58)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23일 치러진 대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재선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남편의 뒤를 이어 세계 최초의 부부 대통령인 '키르치네르 패밀리'의 집권기간도 12년으로 늘어나게 됐다. 외신에 따르면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이날 실시된 대선 1차 투표에서 7명의 대선 후보 중 53.04%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이 20년간의 망명생활을 하다 귀국한 1973년 이후 최고 득표율이라는 점에서 그에 대한 높은 인기를 실감하게 만들고 있다. 2위를 기록한 에르메스 비네르 산타페 주지사의 득표율은 15.0%에 머물렀다. TN과 C5N 등 아르헨티나 방송들은 공식적인 중간 개표결과가 나오기도 전부터 출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일찌감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승리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에 성공함에 따라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2차 투표 없이 오는 12월 10일 2기 정부를 공식 출범할 수 있게 됐다. 선거 결과 국민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만큼 일단 선거 후유증 등 정국 불안에 대한 불안감도 사라지게 됐다. 이제 국내외 관심은 집권 2기를 맞은 페르난데스 정부의 정책적 연속성과 인기 유지를 위해 남발했던 포퓰리즘 정책의 변화여부로 옮아가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이에 대해"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는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정치ㆍ외교분야에서도 브라질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등 남미에서 아르헨티나의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가장 큰 사회 문제인 빈부 격차 해소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이번 선거과정에서 아마도 보우도우 경제장관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는 등 국가 주도의 경제 성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보우도우 장관은 페르난데즈 1기 정부에서 연기금 국유화 등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240억달러 규모의 연금 펀드를 국유화했고 이를 중앙은행에 귀속시킨 후 채무를 청산하고 페소화 약세에 대응하는 데 도 이용했다. 2009년 7월 경제장관으로 취임한 이후엔 경제에 대한 국가 개입을 강조하는 페르난데스의 철학을 철저히 대변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그 동안 측근 인사들과 함께 취해온 국가 주도의 성장 전략을 앞으로도 계속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르헨티나를 둘러싼 국내외 경제환경이 급속히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최근 인플레이션과 경제적 변동성을 이유로 아르헨티나의 경제 상황과 국가신용등급에 대해 우려감을 내비쳤다. 피치는 지난 7월 아르헨티나의 국가 신용 등급을 '디폴트(채무불이행)' 등급에서 '투기' 등급의 5번째인 'B'로 끌어올리긴 했지만 최근 들어 악화되고 있는 외부 경제환경이 아르헨티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B 등급 국가의 경우 정책적 프레임이 약하면 외부 환경 변화에 훨씬 취약하다"며 "글로벌 경제 성장세 둔화와 브라질 헤알화 약세,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성향 강화,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아르헨티나의 경제 성장세는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치는 페르난데스 1기 정부가 연평균 5.6%의 경제성장률을 보였지만 2기 정부의 첫해인 내년에는 경제성장률이 4.5% 수준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의 수출액은 미국ㆍ유럽 등의 상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이미 지난 2ㆍ4분기 들어 감소세를 나타내기 시작했으며 내년에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가장 큰 사회 문제인 빈부격차도 2기 정부의 큰 과제다. 페르난데스 1기 정부에서 국가가 경제에 적극 개입하면서 전체 경제 성장률은 높아졌지만 인플레이션까지 덩달아 높아지면서 저소득층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다. 아르헨티나 국립통계센서스연구소(Indec)에 따르면 연간 물가상승률은 지난 2008년 7.2%, 2009년 7.7%, 2010년 10.9%에 이어 올해는 9.0%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민간에서는 2008년 22.2%, 2009년 15.0%, 2010년 26.4%에 이어 올해도 20~25%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대도시 지역 빈민가 거주자가 2001년 150만명에서 지난 해에는 300만명으로 늘어나는 등 빈곤층 비율이 30%, 극빈곤층은 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빈곤층 증가는 치안 악화 등 또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그 동안 사회 불안이 높아질 때마다 저소득ㆍ빈곤층을 겨냥한 임기응변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고비를 넘기고 인기를 유지해왔던 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부유층들이 주로 이용하던 유료 케이블TV를 지상파로 전환해 저소득층이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무주택 가구의 집세를 50%까지 정부가 보조해주는 등 '퍼주기식'정책을 남발해 '제2의 에비타 페론'으로 불리기도 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가 이번 선거과정에서 친서민정책을 앞세워 국민들의 높은 인기를 이끌어냈지만 앞으로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본격적인 둔화국면에 접어들 경우 어느 정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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