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전문가로 돌아왔습니다""안녕하세요, 배용준입니다. 반갑습니다."
배용준(29)이 돌아왔다. 지난 99년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이후 1년 9개월만이다.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듯한 인상과 안경을 살짝 걸친 모습은 그대로지만 얼굴이 몰라보게 핼쓱해졌고 머리스타일 또한 약간 길어졌다.
"이번에 맡은 역이 M&A 전문가입니다. 좀 날카로워야 할텐데 둔해보이겠다 싶어 한 8kg 가량 뺐어요"
배용준이 출연하게 될 MBC '호텔리어'(강은경 극본ㆍ장용우 연출)는 호텔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의 세계와 M&A를 둘러싼 호텔경영자들간의 갈등을 그려갈 새 미니시리즈다.
이중에서 그가 맡은 역은 호텔의 적대적 M&A를 성사시키기 위해 미국에서 스카우트된 기업사냥의 귀재, 신동혁 역.
서울호텔을 지키려는 한태준(김승우 분)과 서진영(송윤아 분) 등과 맞서는 냉철하고 실리적인 비즈니스 맨인 동시에 서진영을 사랑하게 되면서 차츰 진실에 눈뜨고 정략적으로 만나게 된 김윤희(송혜교 분)에게는 세상을 열어주는 창이 되는, 멜로적 요소도 갖춘 역이다.
"다시 드라마에 복귀하면 제대로 학생생활 못할 것같아 그간 열심히 학교에 다녔어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검도부에 들어 동아리 생활도 했고 전공(성균관대 영상학부2)대로 디지털 영화도 찍었지요. 무엇보다도 마인드가 많이 바뀌었달까, 이젠 여러 가지에 여유가 생겼고 그래서 연기하기도 더 편해졌어요."
장용우 PD가 이렇게 예민한 배우는 처음 봤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지금도 카메라 앞에 서면 약간은 떨린단다. 그 자신도 예전엔 대본에 파묻혀 늘 긴장해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게 변한 점이라 말할 정도다. 흘러간 시간과 말 못할 여러 경험이 그를 바꾸어 놓았다고 했다.
지난 94년 KBS '사랑의 인사'로 데뷔, KBS '젊은이의 양지'(95)로 스타덤에 오른 배용준은 유명세와는 달리 출연작이 '파파'('96) '첫사랑'('97) '맨발의 청춘'('98) 등 고작 7~8편에 불과하다. 거기에 토크쇼 등에도 거의 출연치 않아 오만하다느니 출연작을 너무 고른다느니 하는 구설수도 종종 따라다녔다.
"전에 박중훈 선배께서 '8전 7승 1무의 배우가 될래 100전 53승 47패하는 배우가 될래' 라고 물어보신 적이 있어요. 저 역시 후자가 되고 싶고, 대선배들의 작품에 개성적인 조연으로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강합니다"
이런 자신을 이해치 않는 소속사와 다투기도 했다는 그는 자신이 2~3년전부터 많이 달라졌다는 말을 이어갔다.
"저렇게까지 무너질 수 있나 싶은 연기를 하고 싶어요. 연출은, 막상 공부해보니 너무 어려워서. 전과는 달리 뭐라 말할 수가 없네요"
어쩌면 그에게 스타덤이란 너무 무거운 짐이었을까. 아직도 우정사(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동호회 사람들과 한달에 한번은 만난다며 말을 맺는 그에게서 환한 미소 만큼이나 진한 사람냄새가 가득 묻어났다.
김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