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4월 29일] 모바일 운영체제 경쟁

다윈 진화론의 단초를 제공했던 갈라파고스 제도(Galapagos Islands)는 에쿠아도르령으로 19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자이언트 바다거북을 비롯한 많은 생명은 남아메리카 대륙의 친척들과 유연관계를 가지면서 섬의 지형ㆍ기후ㆍ포식자관계 등의 영향을 받으며 생존을 위한 독특한 진화를 거듭했다. 다윈은 이를 통해 적자생존의 법칙을 정립했다. 그런데 오늘날의 정보기술(IT) 세계에서 갈라파고스섬은 갈라파고스화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의미를 더하고 있다. 갈라파고스화란 표준 경쟁에서 특정한 표준이 아무에게도 채택되지 않고 고립돼 제품을 둘러싼 IT 생태계에서 생존할 수 없게 되는 것을 말한다. 적자로 선택돼야 살아남아 NEC는 지난 1982년부터 PC 제조를 시작해 한때 일본시장의 70%를 장악했던 강자였다. 그런데 독자적인 운영체계를 개발, 이를 주된 운영체제로 PC를 제조ㆍ판매한 결과 시장에서 고립되고 점유율을 상실해 오늘날의 시장에서는 기억되지 않게 됐다. 일본시장이라는 '손 안에 든 시장(captive market)'을 확보하는 데는 도움이 됐으나 일본군도 밖으로부터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한 것이다. 우리 시장은 일본군도만큼의 시장도 없고 세계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경쟁을 통해 적자로 선택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위피(WIPIㆍ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와 같은 국가 주도의 표준화 시도에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하는 점은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화만 이야기하면서 무조건적으로 독자표준 보유 노력을 폄하하는 것도 옳지 않다. 한국적 표준을 전세계화하는 경우와 영특한 '추종자 전략(follower strategy)'을 통해 복수의 경쟁표준을 운용하다가 그중 승자에 편승하는 전략 중 우리가 기존에 주로 목격하던 것은 후자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의 생태계 내 위치와 힘을 감안하면 더 이상 시장 침투자가 아닌 시장 창조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며 시장 창조가가 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표준 개발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일부 논자들은 아이폰 열풍을 보고 시장과 표준이 확정된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시장은 아직 표준경쟁이라는 관점에서 엄청난 역동성을 갖고 흔들리고 있다. '스마트폰의 운영체제를 누가 장악하는가' 하는 것은 '플랫폼에 누구를 올릴 것인가' 하는 헤게모니 경쟁이다. 각 운영체제의 경쟁 특징은 어느 한 회사나 한 운영체제의 우위성에만 기인하는 개별화된 경쟁이 아니라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생태계 간의 경쟁이다. 주위와 질량과 에너지가 완전히 드나들 수 없는 차단된 상태인 고립계 전략은 충분한 독자시장을 갖지 않고는 채택할 수 없는 것이지만 열린계에서도 생태계 외부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당해 생태계의 역동성을 강화해야 지배적인 생존 구조로 경쟁에서 적자로 생존할 수 있다. 추종보다는 창조적 개발 필요 그런 의미에서 삼성의 '바다'는 스마트폰용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에서의 표준경쟁에서 삼성이 독자의 생태계를 형성하거나 다른 생태계와의 연합을 통해 주요한 일원이 되기 위한 지렛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삼성은 이와 별개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원도우 모바일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모두 수용, 모델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독자 운영체제 없이 여전히 추종자 전략만으로는 새로운 단계로의 진화가 가능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바다'가 시장의 새로운 '파도'를 헤치고 삼성을 모바일 디바이스 경쟁에서 새로운 경지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경쟁전략은 예술이며 전략의 운용은 예술의 영역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