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업계 의견/기술로 평가하자(떠오르는 벤처기업)

◎미래가치 뒷전 눈앞실적에 비중/가시적 성과위주 정책도 시정을『기술을 인정받으니까 일할 맛이 나고 보람도 큽니다』 안영경 핸디소프트 사장은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에서 20여명의 직원들과 밤낮을 모르고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럼에도 안사장의 얼굴은 항상 활기에 넘쳐있다. 첨단 기술을 알아주는 풍토에서 인정받으며 일하는 「맛」이 피곤을 잊게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국내 벤처기업사장들에게 일본으로 건너와서 일을 해 볼 것을 기회있을 때마다 제의하곤 한다. 핸디소프트는 지난 93년부터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해 95년말 정보컨설팅회사인 야마이치와 세이코 엡슨에 1억엔 상당의 그룹웨어를 수출한 벤처기업. 소프트웨어를 해외로, 그것도 기술장벽이 두텁기로 정평이 나있는 일본으로 수출한 국내 최초의 기업이다. 지난해말에는 일본 야마다그룹에 1천2백억원 규모의 협의의 광속거래(CALS) 프로그램인 「핸디 솔루션」을 공급하는 계약도 맺었다. 안사장은 국내에서는 소프트웨어를 너무 몰라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사정이 정반대라는 지적이다. 『새기술로 인정받으면 그 기술이 곧 법으로 통할 정도입니다』 그의 말은 국내에서 벤처기업들이 발을 붙이기에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 지를 간접 시사하고 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할 대목이다. 한국은 벤처기업을 할 수 있는 토양이 덜 되어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경우 벤처기업들의 아이디어가 존중받는다.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사람의 나이에 상관없이. 그러나 우리나라의 환경은 다르다. 아이디어보다는 우선 나이, 경력부터 따지고 든다. 무엇보다도 기술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이 큰 장벽으로 버티고 벤처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의 벤처기업인 넷스케이프사가 나스닥에 상장될 때만해도 이 회사는 연간 몇백만달러씩의 적자를 보고 있는 부실기업이었다. 그러나 넷스케이프사는 상장되자마자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한 투자자들에 의해 돈방석위에 앉았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국내 사정은 이와는 영 딴판이다. 코스닥상장을 주선 국내 증권사들은 벤처기업들의 현재 실적과 가치에 최대 비중을 둔다. 소영식 유니콘전자통신 사장은 『몇 억의 돈을 들여 개발한 기술로 만든 제품을 정부기관으로 1천7백만원에 납품하는데도 비싸다는 푸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한편, 최근 잇따르고 있는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책을 바라보는 벤처기업관계자들의 시각은 「일단 환영, 그러나 아직은 미흡」하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국가경제에서 벤처기업들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나, 가시적인 성과위주의 정책이 난무하고 있어 지속적인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벤처빌딩 건립이나 2천년대 벤처기업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속있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기원 기인시스템사장은 벤처기업은 기술이 생명이라고 지적하고, 신기술정보를 빠르게 접할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사장은 이어 대부분이 엔지니어출신인 벤처기업사장들의 경영수업을 책임질 수 있는 경영교육프로그램과 대학이 엔지니어들의 재교육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건의했다. 전문가들은 벤처기업들의 기술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토양의 체질을 바꾸는 데 정부의 정책비중이 실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실질적인 정책입안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이와함께 국내 벤처기업들이 부족한 도전의식을 키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선결과제로 판단된다.<박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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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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