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대통령 'APEC·남미순방' 결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지난 12일부터 11박12일간의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등 남미 3개국 순방과 제12차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23일 밤(한국시간) 귀국한다. 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재선에 성공한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대선후 첫 정상회담을 갖고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고 남미 3개국 순방으로 대 `브릭스(BRICs) 외교'를 완결하는 한편 중남미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북핵외교 = 부시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6자회담을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져있고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대거 부상으로 미 조야에대북 강경론이 고개를 들고있는 상황에서 북핵문제를 평화적, 외교적 방법으로해결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은 안갯속에 있던 북핵문제의 큰 방향을 잡았다는 점에서평가할만하다. 특히 부시 행정부가 대북 강경책으로 흐를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한미간에 우려됐던 이견 노출과 갈등 기류가 일단 봉합된 점은 퍽 다행스런 일이다. 또 노 대통령이 지난 12일 미 국제문제협의회(WAC) 연설 및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핵해법 돌파구 마련을 위한 우리의 적극적이고 주도적 역할을 표명하고 실질적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게 된 것은 적지않은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장관은 "노 대통령은 현 상황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돌파구 마련을 위한 방안에 대해 분명히 밝혔고, 부시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눔으로써 양국 정상간 이해기반과 인식공유를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북핵문제를 집권 2기의 `중요한 이슈(vital issue)'로 삼고 우선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이끌어낸 것은 6자회담의 청신호로받아들여진다. 노 대통령은 또 양국간 긴밀한 정책협조와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부시 대통령과 개인적 신뢰관계를 다짐으로써 부시 2기 행정부와의 `호흡맞추기'에 일단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후한 평가에도 불구, 미국이 북한을 대화 상대로 어느 정도 인정하느냐의 문제, 북핵해법에 대한 견해 등에서 한미간에 적잖은 견해차가 있는 것도 부담이다. 이같은 이견은 언제든 노출될 수 있고, 특히 북한이 국제사회의 6자회담 복귀요구에 응하지 않고 `버티기'를 지속할 경우 대북 강경론이 재부상하면서 북핵해결과 한미관계는 또다시 어려움에 빠질 개연성이 농후하다. ◇`BRICs' 외교 완결 = 노 대통령은 지난 96년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에 이어 8년만의 이번 남미 방문을 통해 중국, 러시아, 인도에 이어 브라질을 끝으로 신흥 잠재 경제대국인 `브릭스' 국가들과의 정상외교를 완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들 국가와의 관계를 `21세기 공동 번영을 위한 포괄적 협력관계'로 격상시키고, 남미 최대 경제블록인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와 무역협정체결 타당성 공동연구에 합의, 중남미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무엇보다 이번 순방 기간에 우리나라의 미주개발은행(IDB) 가입이 확정됨으로써연간 89억 달러 규모의 중남미 정부조달시장에 국내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마련한 것은 두드러진 성과다. 이와함께 아르헨티나 유전개발사업 참여, 브라질과의 자원협력약정 체결, 한.칠레 정보기술(IT) 협력센터 개소 등은 자원.에너지 및 IT 외교를 심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차기 APEC 의장국 위상 제고 = 노 대통령은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지정토론자 등으로 참석, 테러근절을 위한 국제공조와 대화를 통한 테러문제 해결, 테러 대처에서 IT기술 활용을 강조하는 등 활발한 다자외교 활동을 펼쳤다. 노 대통령은 또 부시 대통령 외에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폴 마틴 캐나다 총리, 존 하워드 호주 총리 등과도 양자회담을 갖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위한 협력을 요청하는 등 `북핵 외교'에도 진력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방문지마다 내년 APEC 개최지가 한국 제2의 도시 부산이라는점을 알리고,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쳤다. 노 대통령은 APEC 회원국 정상들에게 "한국은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아태지역내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통한 경제공동체 달성이라는 APEC 비전을 실현하는 데 적극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APEC 차기의장국인 한국의 지도자으로서 코리아라는 `국가 브랜드'를 적극 세일즈하고, APEC내 한국의 위상을 한단계 끌어올림으로써 한국외교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산티아고=연합뉴스) 조복래 고형규 김범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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