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농업도 제조업… 규모 키워 생산성 높일것"<br>품목별 협동조합 전환 조직화 적극 추진<br>과학·기술 접목, 3년내 세계적 명품 육성<br>식량 안정적 확보위해 곡물메이저 키워야



“농업도 제조업입니다. 영세한 규모를 키우기 위한 조직화와 기술ㆍ과학 경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면 국제적으로도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습니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생산성 제고’의 필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규모를 키워 재배 효율을 높이고 생산부터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에 과학과 기술을 도입한다면 앞으로 3년 안에 국제경쟁력을 갖춘 고품질 상품을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면서도 농업과의 ‘인연’을 늘 강조해온 장 장관이 지난 8월 취임한 후 한달여 동안 농식품 생산현장을 누비면서 그려온 농식품 산업의 청사진과 새로운 농정 구상을 들어봤다. -멜라민 문제가 국내까지 확산되면서 먹거리 안전에 대한 국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 차원의 대책은 무엇입니까. ▦멜라민 문제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할 방침입니다. 농식품부 소관은 주로 사료 부문인데 통상 멜라민은 섭취 후 28시간이면 90% 정도가 없어지고 늦어도 15일이면 전부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따라서 물고기 등을 거쳐 인체로 넘어오는 단계에서는 사실상 안전하다고 봅니다. 다만 먹거리나 사료의 식품위생, 안전에 대한 기존 시스템이 잘돼 있지는 않다고 봅니다. 현 제도는 가축 질병에 중점을 두고 ‘축산물가공처리법’에서 위생관리를 다루고 있는데 앞으로는 사람 중심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분산돼 있는 동식물ㆍ수산물 검역과 품질관리도 한데 통합시켜 체계화된 제도를 갖춰야 합니다. 농식품부의 첫째 목표는 안전한 먹거리를 안전하게 공급하는 일입니다. 앞으로 식품안전을 상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 농식품부 소관 안전제도와 조직에 대한 재편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번 멜라민 사태를 좋은 경험으로 삼아 앞으로 국민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책임지고 식품안전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경제관료 출신의 농식품부 장관이라는 점에서 기대되는 부분도 크고 꼭 이루고 싶은 농정 목표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경쟁력, 다시 말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최대 목표입니다. 농업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큰 부문입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첫째 조건은 규모화입니다. 자본을 모아 투자 규모를 키우면 경제효율성과 생산성이 제고돼 국제적으로도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영세한 규모를 하루아침에 키울 수는 없으므로 조직화를 통해 규모화를 이루는 협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협동조합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조합이 너무 커져 조합원의 이익이 아닌 조직논리로 돌아가고, 품목이 아닌 지역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품목별 협동조합이 돼야 합니다. 가령 소를 키우는 사람들이 뭉치면 함께 품종도 개선하고 사료 전문화, 도축장 증설, 출하조절 등을 할 수 있습니다. 생산자 단체가 각 품목별로 조직화되면 규모화를 통해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 개혁이 진행 중인 농협이 미래의 농업에서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농협도 종전에 안주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신용개혁을 추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조직화를 할 수 있도록 본래의 의미와 협동조합 기능을 제대로 해내야 합니다. 즉 생산품을 규합해서 시장에서 힘을 쓸 수 있도록 해야 됩니다. 다행히 농협은 오는 2015년까지 계통 출하와 농산물 직거래 시설 등에 13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그 정도면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앞으로는 현재 1,100개 정도에 달하는 조합 수도 통합되고 조합원이 조합을 선택할 수 있게 되므로 스스로가 변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조직화 외에 생산성 제고를 위한 또 다른 요건을 제시하신다면요. ▦경영에 과학과 기술을 도입해야 합니다. 나는 농업을 제조업이라고 봅니다. 벼농사는 쌀 제조업이고 농민들은 모두 사업자입니다. 쌀농사의 경우 생산부터 도정ㆍ유통에 이르는 공정을 세분화해서 각 공정마다 과학적인 분석을 하면 생산효율성과 판매가 훨씬 높아집니다. 현재 국산 쌀은 국제가격의 3~4배에 달하지만 생산성이 높은 농가를 조직화하고 품종 선택을 잘하면 1.5배 정도로 가격을 낮출 수 있어 수출도 가능합니다. 앞으로 3년만 열심히 노력하면 됩니다. 국산 쇠고기 역시 일본의 와규(和牛)처럼 명품 대접을 받으면서 현재 44%인 국내 점유율을 70~80%까지 끌어올리고 수출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겠는지요.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직접 지원보다는 여러 재원을 묶어 인프라를 갖춰야 합니다. 교육과 경영 컨설팅, 금융지원, 세제 등 분야는 다양합니다. 또 농가는 수출에 관해서는 잘 모를 수 있어 제품 디자인부터 홍보까지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합니다. 지난 1970년대에 제조산업에 해줬던 지원을 한다는 생각으로 농업을 지원하면 우리 농업은 크게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봅니다. -일자리 창출이 정부의 현안이 되고 있는데 농업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일자리 창출과 녹색성장은 앞으로 농식품부가 중점적으로 역할을 해야 된다고 봅니다. 정책 방향이나 실제 집행 면에서도 신경을 쓸 것입니다. 우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용수 기반시설이나 산림자원 등에 노동력이 투입되도록 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투자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농업은 특성상 고용을 많이 창출하는 산업입니다. 또 농업 부문을 활성화하면 그것이 농산물뿐 아니라 식재료ㆍ원료 등의 수출과 직결됩니다. 미래를 내다볼 때 식품은 국내만 생각하면 침체되는 시장이지만 세계 시장은 매우 좋을 것으로 봅니다. 세계 인구는 현재 63억명에서 오는 2050년이면 90억명을 넘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투자 활성화 계획이 무르익으면 농업 부문의 투자 가능성을 보여주는 로드쇼를 추진해보려고 합니다. -‘녹색성장’에서는 진전된 구상이 있는지요. ▦녹색성장 문제는 완전히 새로운 사고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농지를 생각할 때 통상 논밭 중심으로만 생각을 하는데 실제로는 도시 안에서도 농업생산이 가능하고 농촌관광 등 넓은 의미에서의 농업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녹색성장은 농업과 제조업이 한데 엮이는 개념입니다. 새만금의 경우 30%가 농지고 다른 용도의 토지 이용이 70%에 달하는데 비농지에 들어선 공장에서 탄소를 배출하면 그에 따른 비용을 농업에 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논밭 대신 들어선 시설에서 탄소를 배출해 오염이 발생했다면 그에 따른 비용을 부담시키고, 가령 배출되는 탄소나 열을 농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제조업과 농업이 자연순환하는 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탄소 배출에 따른 세금을 부과해 농업 부문이나 녹색 부문에 투자한다는 것인지요. ▦그렇습니다. 물론 새만금에 국한된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아직은 구상 단계여서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다음달 정도면 관계기관들과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안정적인 식량확보를 위한 해외 농업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과거에는 자급률 개념으로 국내만 생각했지만 어차피 필요한 식량을 국내에서 전부 공급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사료까지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7%로 나머지 73%를 전부 해외에서 확보해야 하므로 원유나 자원확보처럼 곡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생산기반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시해야 할 것은 유통 확보입니다. 우리는 곡물 메이저가 없는 상황인데 당장은 아니라도 일본처럼 준메이저급 유통회사 한두 개는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곡물시장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고 안정적인 식량확보가 가능합니다. 물론 이 같은 해외농업개발은 민간이 주도해야 합니다. 정부는 융자지원과 외교관계 구축, 제도 보완, 정보공유 등의 역할을 맡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지금까지 우리의 농정은 생산ㆍ재배ㆍ사육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이제 농업에서도 시장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부 지원제도도 마찬가지로 기존의 사육 중심 지원에서 앞으로는 상품 중심으로 바꾸고 모든 과정에 있어 과학과 기술이 들어가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은 한국 농어업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현재의 상황을 기회요인으로 생각하고 세계와 경쟁하는 강한 농식품산업을 만들기 위해 기존 대책을 보완해 ‘새로운 농정구상’에 담을 계획입니다. 장태평 장관 약력 ▦1949년 전남 무안 ▦경기고 ▦서울대 사회학과 ▦경제기획원 소비자정책과장 ▦재정경제원 국제조세과장ㆍ재산세제과장 ▦국세심판원 상임심판관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재경부 정책홍보관리실장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취임 일성 "농식품수출 100억弗 조기 달성"
"수출인프라 구축·신규투자 확대 주력"
장태평 농수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8월6일 취임 일성으로 농식품 수출 100억달러 조기 달성이라는 새로운 농정 목표를 제시했다. 2007년 농식품 수출액인 42억달러의 두 배 이상 많은 성과를 5년 뒤에 달성하겠다는 것으로 당초 농식품부가 제시했던 '2012년 60억달러 수출' 목표를 대폭 상향 조정한 수치다. 장 장관이 이처럼 수출확대에 힘을 싣는 이유는 수출이 농식품의 신규 수요를 일으킴으로써 농가소득 증대와 국내 가격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장 장관은 인터뷰에서 "올해 오이의 경우 대풍으로 가격이 반으로 떨어지면서 가격안정을 위해 1,000톤은 그대로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먹는 채소가 토마토와 오이인데 수출길이 열리면 그런 안타까운 일은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작황에 따른 가격 급등락도 시장이 국내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장 장관은 파프리카와 버섯을 좋은 예로 꼽았다. 파프리카는 올해 6,000만달러, 버섯은 2,000만달러의 수출이 가능한 효자 종목들. 이 물량이 국내에만 풀린다면 가격체계는 엉망이 되겠지만 생산이 늘어도 수출길이 열려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수산업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의 경우 양식 메기 단일품목의 수출액이 연간 40억달러로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 총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올해 우리나라는 넙치(광어) 과잉생산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아무리 생산이 늘어도 해외 수출이 이뤄진다면 시장 자체가 넓어지기 때문에 어가가 시름에 빠질 일은 없어지는 셈이다. 장 장관은 "식품산업은 잘 키우면 스포츠의 양궁처럼 빛을 볼 수 있는 부문"이라며 "해외시장 개척과 수출 인프라 구축, 신규투자 확대에 힘써 앞으로 5년 내에 수출 100억달러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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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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