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복수노조’ 시대 개막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지루한 기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기업단위 복수노조 설립을 불가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일명 노조법)’ 재개정안을 내놓았고, 4개 야당은 복수노조의 창구 단일화를 내용으로 하는 재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여당은 재개정안의 상정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개정안의 6월 국회에서 상임위원회 상정조차 불투명해 처리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개정을 강력히 추진 중인 야당에서도 “이번에는 처리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한나라당이 50명의 소속 의원은 최근 노조법 재개정안을 냈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간사인 이범관 의원이 상정을 거부하고 있어 논의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면 131명의 의원이 노조법 개정안을 낸 민주당 등 야4당은 여당이 재개정안의 상정을 막고 제반 노동현안 청문회와 실태조사 등을 거부한다면 환노위 보이콧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물론 민주당 소속 김성순 환노위원장이 막판 직권상정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정치적 부담이 커 현재로선 가능성은 낮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여당이 끝내 상정을 거부한다면 할 수 없이 현행법대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를 받아들이되 8월 결산국회에서부터 문제점을 갖고 개정안을 논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지검장 출신으로 여당 환노위 간사로 최근 임명된 이범관 의원은 “(7월 1일 복수노조 시행 등) 기존 노조법에 따라 법을 시행해야 한다”며 “(환노위에서 노조법 외에) 200 여건 가까운 법안이 있어 우선 여야간에 합의된 것을 처리해야 한다”며 상임위 상정을 거부했다. 여당 주도로 타임오프(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제도로 작년 7월부터 시행)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올 7월부터 시행) 등 노조법을 통과시켰는데, 아직 전체적으로 시행도 해보지 않고 노조법을 바꿀 수 없다는 게 이 간사의 생각이다. 여당 내 개혁성향 의원모임인‘민본21’간사인 김성태 의원 등 50명이 조직형태와 대상을 같이 하는 기업단위 복수노조 설립 불가, 상급단체에 파견된 전임자임금보장 등의 노조법 개정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분명히 선을 그었다. 노동계의 반발, 특히 한나라당과 한국노총과의 관계악화 등 정무적 판단 이전에 재개정에 따른 노동현장의 혼선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간사는 지난 13일 민주당 환노위 간사인 홍영표 의원과 노조법 개정안의 상임위 상정여부를 놓고 설전을 주고 받았으나 완강하게 상정거부 방침을 고수했다.
홍 간사는 “여당이 재개정안을 논의도 못하게 막무가내로 막고 태업하는 것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며 “여기에 한진중공업사태와 쌍용차사태,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현안에 대한 청문회와 삼성전자의 백혈병사태에 따른 산재 문제 논의를 여당이 계속 거부한다면 상임위 보이콧도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ㆍ민주노동당 등 야당과 한국노총, 민주노총은 복수노조 교섭창구와 타임오프 문제를 노사 자율에 맡기는 등 5개 조항의 노조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앞서 여야는 지난 4월 국회에서도 환노위에서 노동현안 청문회와 산재 문제 논의를 놓고 여당이 반대입장을 견지하면서 파행을 겪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