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넥센 히어로즈'가 창단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순간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의 마음은 벅차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타이어 회사가 야구단 메인스폰서가 되겠다는 결단을 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해 1월 사장으로 승진한 강 사장 입장에서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지도가 낮은 중저가 타이어 업체는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키며 5년 사이 급성장했다. 2009년 매출 9,662억원에 불과하던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1조7,587억원을 거두며 2위인 금호타이어를 맹추격하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으로 주춤한 사이 넥센타이어는 신차용 타이어(OE) 공급을 확대하며 매년 11.7%씩 성장하고 있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지난해 2,085억원으로 금호타이어와 대등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우성타이어'에서 '넥센타이어'로 탈바꿈한 2000년 당시 8%에 불과하던 내수시장 점유율도 25%를 넘어섰다.
강 사장은 국내에서 거둔 성공 스토리를 발판 삼아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말부터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와 파트너 체결을 위한 전 과정을 직접 발로 뛰었다. 검토부터 계약까지 모든 사항을 진두지휘했다. 가격 중심의 합리적 소비를 하는 미국 시장과 달리 브랜드 가치나 인지도가 판매를 좌우하는 유럽 시장을 뚫기 위한 과감한 도전이었다.
강 사장은 평소 "넥센타이어의 품질은 가격 대비 최고"라며 "이제 그 가치를 인정받을 때가 됐다"고 말할 만큼 자신감을 감추지 않는다.
지난해 6월 체코 자테츠에 유럽 신공장 건립을 위한 투자계약을 체결한 넥센타이어는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럽 지역 진출을 본격화한다. 오는 10월부터 공사를 시작하는 체코 공장은 맨체스터시티 파트너 체결 등 유럽 마케팅 활동으로 늘어난 물량을 소화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넥센타이어의 성장은 과감한 투자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강호중 넥센타이어 회장에 이어 2세 경영인으로 발돋움한 강 사장은 2004년 프리미엄 타이어를 생산하는 최첨단 설비를 갖춘 양산 제2공장 완공을 비롯해 중국 칭다오와 경남 창녕 등에 대규모 투자를 통한 공장 신설 등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2012년 3월부터 본격 가동된 창녕 신공장은 중장기적으로 1조5,000억원이 투입돼 초고성능(UHP) 타이어 등 프리미엄 제품군을 집중적으로 생산한다.
넥센타이어는 올 1·4분기 기준으로 매출의 3.7%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한국타이어(2.46%), 금호타이어(2.91%)보다 R&D 비중이 높다. 광고비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0%나 늘어난 100억원가량을 올 1·4분기에 사용할 만큼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올해도 업계에서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곧 나올 2·4분기 실적발표에서 전년동기 대비 10% 가까이 늘어난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도 있다.
강 사장은 새로운 중장기 전략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당초 오는 2020년까지 글로벌 10위 타이어 업체로 성장하겠다는 포부 외에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강호찬 사장의 공격적인 기술투자와 스포츠마케팅 전략이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한 타이어 춘추전국시대에 넥센타이어가 승승장구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