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 교통안전위 "조종사 상황판단 잘못" … 연방항공청 "오토스로틀 설계 부적절"

■ NTSB 아시아나 사고 청문회<br>공항 시스템·사고기종 설계<br>조종사 문화 등 쟁점 떠올라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214편 여객기의 사고 조사 청문회에서 '자동속도조절장치(오토스로틀)'와 관련된 논란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사고 청문회에서 "조종사들이 사고 직전 비행속도가 지나치게 낮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고 자동장치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도 알았다"는 내용이 포함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착륙 직전 조종사들이 비행속도가 정상범위를 벗어났음을 인지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보고서에는 "(착륙 직전) 확실하지는 않지만 속도가 최저범위 이하로 떨어진 것과 자동 속도설정장치 해제가 표시된 것을 본 것 같다"는 이강국 기장의 진술과 (앞서 고도 1,000피트 지점에서) "하강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을 여러 차례 경고했다"는 봉동원 부기장의 발언이 각각 포함됐다. 이밖에 보고서에는 이 기장이 자신의 시계접근 능력에 대해 비행 전부터 상당히 우려했었다는 이정민 교관기장의 발언도 들어 있다. 이 같은 답변은 결국 조종사들이 자동속도조절장치에 지나치게 의존, 급작스러운 항속 감소 등에 적절한 상황판단을 내리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조종사 과실'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반면 연방항공청(FAA) 소속 전문가인 조종사 유진 아널드는 사고 기종인 보잉777기에 장착된 자동속도조절장치의 설계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 기체 결함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보고서에서 아널드 조종사는 "보잉777의 조정장치는 연방항공규정에 부합하지만 바람직하지 않고 개선 여지가 있다"고 진술했다. 보잉777기종의 경우 자동조종지시장치(FDS)를 일부만 켜놓은 상태에서는 속도조절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 결국 항속이 갑자기 떨어지며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자동장치의 작동 과정에서 기체가 속도를 잃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보잉사의 매뉴얼은 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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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NTSB 관계자는 "항공기 사고의 원인 규명 작업은 항상 조종사 과실 여부가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일 수밖에 없다"면서 "오늘 청문회는 책임 추궁을 위한 게 아니라 사실확인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청문회에서는 공항 시스템 문제와 사고기종의 설계 문제, 조종사 문화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NTSB 측은 초기 조사를 마쳤다는 이유를 들어 사고기 조종사들을 이날 청문회에 초청하지 않았다.

7월 사고 이후 조사를 진행해온 NTSB는 이날 청문회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조사와 검토 작업을 벌인 뒤 내년 7월께 데버러 허스먼 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위원이 참석하는 전체회의를 열어 최종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이날 청문회는 미 동북부를 강타한 눈 폭풍으로 하루 연기돼 11일 하루 동안 무려 11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됐다.

7월6일 인천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 OZ 214편 보잉 777여객기가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 도중 활주로 앞 방파제에 충돌, 기체가 크게 파손되면서 승객 3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부상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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