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헌인마을' 양대 시공사·채권단 명암 엇갈려

삼부토건 채권단 13일까지 자금지원안 등 동의키로<br>동양건설 채권단은 자구책 미진해 지원 답보상태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의 양대 시공사(삼부토건ㆍ동양건설산업)를 놓고 해당 채권단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헌인마을 프로젝트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 주변의 판자촌을 고급빌라촌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을 비롯한 대주단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투자자들은 헌인마을 사업의 정상화를 돕기 위해 삼부토건에 각각 자금지원과 어음만기 연장을 13일까지 동의하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 4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삼부토건은 이르면 이번주 ‘법정관리신청 철회→신규자금 수혈→경영정상화’의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헌인마을과 별개로 동양건설산업의 주채권은행 역할을 맞고 있는 신한은행은 지난주 후반까지 부도를 낸 이 회사의 회생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나 해당 건설사가 추가 자구책 마련에 진도를 내지 못해 신규자금 지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동양건설산업이 추가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제한돼 있다. 따라서 ‘채권단과의 협상 난항→자금난 심화→경영정상화 불투명’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양측 채권단의 분위기가 이처럼 상반되는 이유는 시공사들의 경영 여건이 달라도 너무나 다르기 때문. 삼부토건의 경우 자산가치가 1조원에 육박하는 르네상스호텔을 비롯해 추가로 채권단에 내놓을 수 있는 담보자산을 갖추고 있지만 동양건설산업은 추가로 내놓을 수 있는 담보가 극히 제한적이다. 한 채권은행의 임원은 “삼부토건이 추가로 내놓겠다는 르네상스호텔은 빚이 없는 깨끗한 물건이지만 동양건설산업이 담보로 더 맡기겠다고 제안한 상거래채권은 이미 다른 채권자에 담보가 잡혀 있는데다 해당 채권도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채권단 간 이견을 조율할 수 있는 여건도 상반된다. 우리은행은 삼부토건과 관련해 채권은행들과 한자리에서 논의할 수 있는 테이블(헌인마을 사업 대주단)을 갖고 있다. 더구나 주채권은행이어서 대주단 테이블의 협상을 조율하는 주도권을 갖고 있다. 반면 신한은행의 경우 헌인마을에 대한 채권이 한 푼도 없다. 오로지 동양건설산업의 운전자금 등에 대한 채권만 갖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으로서는 동양건설산업의 다른 채권자들과 협의하려고 해도 이를 조율할 테이블이나 권한이 없는 것이다. 결국 신한은행 입장에서는 동양건설산업이 모든 채권자와 1대1로 협상을 벌여 큰 틀의 합의안을 가져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른 채권자들 중 상당수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기관이거나 상거래채권자(하도급업체 등)여서 합의를 단기간에 이끌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은행이 섣불리 신규자금을 지원했다가는 ‘밑 빠진 독’에 물만 붓는 식으로 돈만 더 떼일 수 있다. 신한은행은 이런 사정도 모르고 채무기업의 어려움을 외면한다는 금융권 일각의 지적에 대해 답답해 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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