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아베겟돈' 우려의 교훈

안현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일본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가 29년 만에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아베노믹스가 결국 아베겟돈(Abegeddon)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일본 경제는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사실상 성장이 중단됐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4년 18.1%에서 최근 8%대까지 하락했다.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90년대 7%대에서 현재 4% 중반으로 깎였다. 무엇보다 일본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은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 약화일 것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와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후 제조기지로서의 명성은 더욱 흔들리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일본 경제가 이 같은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 재기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아베노믹스는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기 위한 통화정책, 유연한 재정정책, 성장을 위한 구조개혁이라는 세 가지 화살로 이뤄진다. 이 중 세 번째 화살이 그동안 수많은 정책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해결하지 못한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를 겨냥하고 있다. 바로 엔고, 높은 법인세, 높은 인건비, 급격한 환경·노동 규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지연, 전력 수급 불안 등 이른바 '6중고'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가 바로 구조적 문제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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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엔고를 제외하면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더구나 세 번째 화살은 일본 내부 혁신에 대한 정치적 의지와 국민적 공감대 없이는 활시위조차 당겨보기 어렵다. 과연 일본이 뒤늦게라도 혁신의 기개와 의지를 발휘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것인가.

이러한 물음에 대해 우리나라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 최근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들여다보면 20년의 간격을 두고 일본의 행로를 따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저출산·고령화부터 점검해보자. 한국의 출산율은 2012년 기준 1.3명으로 세계 최하위권인 반면 고령화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르다. 더욱 우울하게도 이로 인해 미래 한국의 인구구조가 이미 되돌리기 힘들어졌을 뿐 아니라 가능하다 해도 막대한 예산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는 출산율을 1.7명에서 2.1명으로 높이기 위해 매년 44조5,000억원을 15년간 투자했다. 또 한국 경제의 고비용 구조도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인건비와 조세 부담 모두 상승세인데 환경·노동 규제는 강화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원화 강세까지 예상된다. 과연 이 같은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가, 우리는 개혁을 할 준비가 돼 있는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 후의 이상 징후를 일시적인 경기 순환의 문제로 치부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내부 혁신의 실패는 '잃어버린 20년'으로 이어졌다. 일본의 이 같은 실수는 한국의 반면교사다. 결국 우리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늦기 전에 내부 혁신의 활시위를 당기는 기개와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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