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관련 5,000억 종금사 배정/일부사에 “대출받아라” 압력기아사태로 자금사정이 어려운 종금사들에 대해 재정경제원이 지원키로 한 5천억원의 국고여유자금 배정을 놓고 일부 종금사들이 신청을 하지 않자 재경원이 강제로 신청토록 압력을 넣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주말께 재경원이 종금사들에 대해 5천억원의 국고여유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업체별로 신청을 받은 결과 서울소재 5개 종금사가 신청하지 않았다. 일부 업체는 지원금액 자체가 작아 구태여 신청할 의미가 없다는 이유였고 다른 업체들은 지원금액이 기아 및 관련업체에 대한 여신규모에 비례해 결정돼 자금을 지원받을 경우 기아에 대한 여신규모가 간접적으로 밝혀지기 때문에 신청을 꺼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재경원에서도 이같은 종금사 입장을 이해했으나 28일 돌연 태도를 돌변, 국고자금지원을 신청하지 않은 종금사들에 전화를 걸어 자금지원신청을 하도록 강요했다.
이처럼 종금사들이 자체적으로 알아서 할 사안에 대해 재경원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최근 강경식경제부총리가 기아사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며 강조한 「시장경제논리 중시」라는 입장과 다르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정부가 자율화를 소리높여 떠들면서도 스스로 그에 반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우리 금융산업 후진성의 근원이 바로 정책당국에 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김상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