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복지 잔치'에 쓴 빚 갚으려 초긴축… 민생고에 국민들 거리로

■ 英·칠레 등 잇단 폭동 왜?<br>英 재정적자 해결위해 실업·교육 등 혜택 축소<br>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서민·청년들 분노 폭발<br>칠레서도 비싼 학비에 학생들 교육개혁 시위

전세계가 복지의 시대를 접고 긴축의 시대로 접어들며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각국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예산 삭감에 나서자 실업과 복지혜택 축소에 분노한 국민의 반발이 지구촌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영국과 칠레와 이스라엘 등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시위와 폭동은 무분별한 선심성 복지정책을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공동체 분열 등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유발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6일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촉발된 영국의 폭동사태는 현 보수당 정부가 전임 노동당 정권의 복지 포퓰리즘으로 촉발된 재정적자를 해결하려고 무리한 긴축정책을 펼치면서 민생난이 가중된 것이 근본적 원인이다. 현 보수당 연정(聯政)은 지난해 전임 노동당 정권의 '복지 잔치'로 빚더미를 떠안은 뒤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4년간 공공부문 예산과 인력을 20~30% 줄이는 '초(超)긴축정책'을 꺼내 들었다. 올해 국가부채가 처음으로 1조 파운드를 넘어 국내총생산의 76.5%에 이른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사회 복지비 대폭 삭감에 따른 파국적 상황은 오래 전부터 예고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업은 고통분담에 소극적이었다. 민간부문 고용은 그만큼 회복되지 않았고 교육·복지에 대한 정부지원이 줄면서 서민층은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이번에 폭동이 시작된 토트넘 지역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청소년 교육프로그램 등이 최대 75% 삭감됐다. 이 같은 초긴축정책은 가난한 청년들을 좌절과 분노의 상황으로 이끌고 갔다. 백인 청년들이 이번 폭동에 대거 가담했다는 사실로도 영국 사회에 미치는 충격이 더했다. 지난해 12월에도 고교생과 대학생ㆍ학부모가 런던 정부청사와 여당 당사를 공격하고 찰스 왕세자 부부가 탄 차량에 테러를 가해 충격을 던졌다. 정부가 긴축정책으로 대학 교부금 등 교육예산을 줄이면서 각 사립대학 등에 2011년부터 등록금 상한을 3,290파운드(584만원)에서 9,000파운드(1600만원)로 3배 인상하도록 허가한 데 대한 항의 시위였다. 영국 언론은 '좌절 세대의 집단 약탈'로 사태를 규정했다. 실업과 빈곤에 빠진 청년들의 비뚤어진 욕구가 기형적으로 분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돈 없는 젊은이들이 미래마저 없는 암울한 상황에서 세상에 대한 불만이 고조에 달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들의 폭도화를 막아야 했던 공권력이 더 없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와 타임지 등은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 긴축정책으로 저소득층 복지예산이 줄면서 26년 전 '자렛 사건'이 터졌다"며 "이번 '더건 사건'도 현 보수당 정권의 긴축정책이 서민층에 직격탄이 돼 일어난 재앙"이라고 해석했다. 대처 전 총리의 신자유주의 이래 시들해졌던 영국 사회·노동 운동을 데이비드 캐머런이 되살려주고 있다는 웃지 못할 얘기마저 나온다. 칠레에서는 4일에 이어 9일 수만명의 대학생들이 수도 산티아고 시내에서 공교육 개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AFP통신은 "학비가 비싸 학생 대부분이 빚더미에 오르게 된 상황이 발단이 됐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칠레의 교육개혁 시위는 올해 초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의 우파정권이 교육 예산을 삭감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날 시위는 아리카ㆍ발파라이소 등 칠레의 다른 도시로 번져나갔고 인근 국가인 아르헨티나에서도 수백명이 연대 행진을 벌였다. 칠레 국민들은 국가 경제가 5%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빈부 격차를 경험하고 있다. 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미국ㆍ덴마크ㆍ노르웨이 수준이지만 하위 60%는 아프리카의 앙골라보다 가난한 것으로 나타나 저소득층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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