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北 고리대 성행… 경찰까지 돈ㆍ곡식놀이

장사ㆍ밀수 밑천 빌려주고 하루 5~20% 이자 챙겨<br>봄에 옥수수 등 꿔주고 가을에 2~3배로 받기도

北 한 지역의 장마당 모습

북한에 고리대(高利貸)가 다시 성행하고 있다고 대북 매체인 데일리NK가 전했다. 봄에 먹을 것도 돈도 없는 북한의 빈곤층을 대상으로 옥수수ㆍ밀가루 등을 꿔준 뒤 가을에 2~3배의 곡물을 받거나, 장사ㆍ밀수할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하룻밤에도 5~20%의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식이다. 데일리NK에 따르면, 고리대는 2009년 화폐개혁을 전후해 북한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잠시 위축됐다가 장사대금ㆍ식량을 마련하려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양강도 혜산 소식통은 "장사할 돈이 없는 사람이 돈을 꿀 때 잘 아는 사람은 5%, 모르는 사람은 10%의 이자를 약속한다. 밀수하는 사람들에겐 하룻밤 돈을 빌려주는데 15~20%의 이자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밀수자금의 경우 단속 등으로 돈을 떼일 위험이 있어 이자가 높다. 북한 당국은 1997년 경찰에 해당하는 사회안전성(현 인민보안부) 명의의 포고문을 통해 양곡을 가지고 고리대 행위를 하면 최고 총살까지 한다고 발표했고 화폐개혁 직전에는 대대적인 단속도 했다. 이후 화폐개혁을 실시하면서 "이전에 거래된 개인들의 빚을 법적으로 일체 무효화한다"고 선포했다. 하지만 당장 생계가 급한 주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시 고리대에 매달리고 있으며, 보안원들까지 고리대에 손을 대고 있어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고리대는 비교적 시장이 활성화돼 있고 하루벌이 일꺼리라도 있는 도시보다는 농촌에서 더 성행한다. 그래서 가난한 농민 등은 고리대로 식량을 빌려 먹는다. 삼지연 소식통은 "가을 내기(가을 수확기에 농작물로 갚는 것)가 불이 나게 나간다"며 "그것이 자살행위인줄 알면서도 당장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토지 농사(개인 농사)를 담보로 당겨 먹는다"고 말했다. 고리대를 줄 때는 농사꾼들의 신용을 철저히 확인한다. 농사꾼이 보유한 소토지 규모, 무슨 곡물을 심었는지 따지며 살고 있는 집도 담보가 된다. 농촌의 고리대는 보통 3~5월 사이에 당겨 먹고 가을에 2~3배로 갚는다. 옥수수 1kg을 꿨으면 가을에 2kg을 갚는 식이다. 밭농사를 주로 하는 양강도에서는 밀가루나 쌀 1kg을 꾸면 2.5~3kg의 감자녹말 등으로 갚는다. 양강도 소식통은 "모든 물가와 식량가격이 화폐개혁 이전과 비슷하기 때문에 고난의 행군 때 정해진 가격으로 가을내기를 먹는다"면서 "최하층 주민들의 경우 언감자나 감자녹말을 뽑은 찌꺼기(까리)도 가을내기로 먹는다"고 전했다. 고리대는 당장 생계가 막연한 사람들이 이용하므로 빈곤은 악순환된다. 한 탈북자는 "해마다 고리대에 시달려 온 최하층 주민들은 가을이 와도 고리대로 먹은 것을 물어주면 다음해 식량이 또 모자라 걱정 속에 가을을 맞는다"고 말했다. /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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