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아침에/12월11일] 구조조정과 고통분담

책상을 빼면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는 요즘 같은 경제 혹한기에 직장인에게 구조조정과 개혁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사실 구조조정을 뜻하는 영어의 restructuring이라는 말 자체가 섬뜩한 의미를 지닌다. 뼈대(structure)를 다시(re-) 짜맞추는 것이 바로 restructuring이니 그 고통이 얼마나 크겠는가. 골격이 굳어지기 전에 미리 손을 써 바로잡는다면 모를까 이미 근육과 살이 골격에 맞춰 형성된 후에 다시 짜맞춘다는 것은 환자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일 수밖에 없다. 넓은 의미에서 구조조정과 같은 뜻으로 통하는 개혁(改革)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낡은 피부를 걷어내고 새로운 피부로 갈거나 새 피부가 돋게 한다는 것이 개혁인데 피부를 도려내는 그 아픔이 얼마나 클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歲暮에 부는 구조조정의 칼바람 외환위기 때 너무나 깊은 상처를 입어 생각하기조차 싫은 그 개혁과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이 엄동설한에 다시 불고 있다. 그동안 구조조정의 무풍지대로 보였던 공기업부터 된서리를 맞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기업 개혁작업의 부진과 부실을 질책하며 속도를 내라고 다그치자 정부 부처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평가를 받는 기관은 모두 110곳으로 ‘미흡’ 판정을 받은 기관장은 옷을 벗는다. 기관장을 압박해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공기업 사장 인선을 두고 온갖 혼란을 겪다 흐지부지되는 듯하던 공기업 개혁과 구조조정이 세모(歲暮)에 삭풍을 맞게 됐다. 눈치 빠른 일부 공기업은 연령을 기준으로 몇 %를 잘라내기로 방침을 정했고 다른 기관들도 자산매각ㆍ경비절감 등을 서두르고 있다. 산하 공기업의 성적이 부진하면 그 책임은 해당 부처 장차관과 고위직 인사에게까지 튈 수밖에 없으니 관가에도 인사태풍이 예상된다. 역풍이 예상되자 당국은 정년퇴직 등 자연감원과 희망퇴직 등을 통해 인력감축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해당 공기업 임직원 26만명 가운데 적어도 3만여명은 이런저런 명분으로 자리를 떠나야 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셈하면 12만명이 가장의 실직으로 올 겨울을 힘들게 보내야 하게 됐다. 민간기업은 더 심각하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은행ㆍ증권 등 금융권은 희망퇴직과 점포축소 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 속에 임직원들은 밤잠을 설친다. 금융위기의 충격이 실물경제로 급속히 전이되면서 가동을 멈춘 산업현장은 갈수록 늘어나고 일용직 근로자들은 당장 때울 끼니가 걱정이다. 설상가상 외환위기 이후 다시 민간구조조정기구가 설립된다고 하니 실업대란의 광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암담하다. 구조조정은 비효율과 낭비요인을 제거해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의 생존전략이다. 전대미문의 경제난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구조조정과 개혁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지금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벌이는 구조조정은 대부분 비용절감에만 초점을 맞춘 소극적인 전략으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물론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 등 각종 조사를 통해 비리백화점으로 불려온 공기업을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공기업은 분명 개혁대상이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쳐 새롭게 태어나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勞使 고통분담으로 풀어나가야 그러나 개혁과 구조조정의 최종목표는 경영효율의 제고여야 한다. 일률적으로 몇 명을 자르는 식의 개혁과 구조조정은 효과도 오래 가지 못하고 부작용이 적지 않다. 특히 지금과 같은 경제난 속에서는 무엇보다 고용안정이 중요하다. 공기업ㆍ민간기업할 것 없이 노사 모두 고통을 분담함으로써 경영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임시방편으로 위기를 모면하기보다는 먼 안목으로 공생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기업은 해고를 최대한 자제하고, 노조는 임금동결ㆍ임금삭감ㆍ생산성제고 등을 통해 수익을 배가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경제위기의 극복시기는 그만큼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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