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국민권익위라면 달랐어야 했다


부패청산과 청렴확산을 주업으로 하는 정부 중앙부처치고 국민권익위원회는 딱히 행사할 수 있는 강제력은 없다. 그래서 권익위가 민원을 해결했다고 내놓은 자료의 대부분은 '권고'다. '고쳤다'가 아니라 '해당 기관 등에 개선해 달라'는 '부탁'의 뜻이다. 고군분투 속에서 권익위 현장 직원들의 고충이 클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만나고 체감하고 해결해간다는 자부심 하나만은 대단히 크다. 권익위를 바라보는 기자의 마음도 애틋함과 흐뭇함이 교차함은 어쩔 수 없다. 그런 권익위가 직원의 성폭행 사건이 터지면서 발칵 뒤집혔다. 권익위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고 사태수습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건자체는 매우 심각하지만 어찌됐건 사건은 피해자를 최대한 보호하고 가해자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를 통해 일벌백계의 처벌절차를 밟으면 된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뒤 권익위의 대응 방식이다. 사건 발생시점은 이달 초다. 언론에 알려진 것은 지난 11일. 일주일 정도 늦었다. 권익위가 사건을 인지한 뒤에도 한참을 쉬쉬해왔던 셈이다. 그러다 언론사 경찰기자들이 관련 사건을 취재해 기사를 쓰자 부랴부랴 과장급 이상 간부의 공직기강 교육을 잡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김영란 위원장도 이날에서야 "책임을 통감한다. 자숙하자"고 했다. 물론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민감한 사건이다. 그래서 대응 역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못내 아쉽다. 사건을 인지하고 사실확인을 끝낸 뒤 먼저 움직이고 대응을 했어야 했다. 부패청산과 청렴을 내세우는 권익위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사건 확인 후 직원들에게 기강교육을 시켰어야 했고 기자들에게는 보도유예를 하더라도 위원장의 유감표명 등이 앞서야 했다. 그게 권익위답고 권익위가 더 힘을 받는 방식이다. '수사의 결과를 보고 밝히겠다'는 식은 '일단 부정한 뒤 사실이 밝혀진 뒤 마지못해 수긍'하는 여타 부처와 전혀 다를 게 없다. 더구나 보도가 난 뒤 '기강강화' 등을 운운하고 권익위 간부들이 한국의 반(反)부패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맹활약하고 있다는 자료를 내놓는 모습은 참으로 모양 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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