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전쟁 뒤에 숨은 돈의 원리

■성, 전쟁 그리고 핵폭탄<br>(유르겐 크라우어ㆍ후버트 판 투일 지음, 황소자리 펴냄)<br>비용 줄이고 효율 극대화 위해 용병 쓰고 성 건설·핵개발까지<br>경제학으로 본 1000년 전쟁사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상공에 폭탄을 투하하고 있는 연합군. /사진제공=황소자리

경제학으로 살펴본 전쟁의 역사다. 전쟁 뒤에 숨은 경제학의 원리를 분석하고 있다. 중세시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 냉전, 현대테러리즘에 이르는 1,000년간의 주요전쟁을 다룬다

"총ㆍ전함ㆍ로켓포 등은 배고파도 못 먹고 추워도 못 입는 사람들로부터 빼앗아온 것과 마찬가지다. 전쟁무기가 넘쳐나는 세상은 돈만 쓰고 있는 게 아니다. 노동자들의 힘줄, 과학자들의 재능, 그리고 아이들의 희망까지 고갈시키는 것이다."(미국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경제학의'기회비용'과 연결되는 발언이다.


1960년 2월 13일 프랑스가 알제리에 원자폭탄을 터뜨렸다. 그건 단순한 소형탄두가 아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뒤 조롱거리처럼 돼버린 프랑스가 절치부심 끝에 쏘아 올린 이 한 방은 재래식 군사력의 대체이자 냉전시대의 두 주축, 미국과 소련의 역학관계를 혼란에 빠뜨린 신호탄이었다. 드골은 이 핵개발을 무기로 정치적·경제적 부흥을 도모했고 추락한 프랑스의 자존심을 회복해 유럽의 수호자임을 재확인하는 부가소득까지 챙겼다.

북한은 왜 자꾸 핵 위기를 조장할까. 이 책의 분석틀에 따르면 핵 개발이야말로 궁지에 몰린 약소국이 강대국에 자신을 어필하는 강한 수단이자 그냥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익이 돌아오는 '장사'다. '핵 장사'는 이미 60여년 전 프랑스가 매우 성공적으로 실증한 모델이기도 하다.


중세시대 성(城)들은 축성기간과 비용이 만만찮고 이동 자체가 불가능해 고비용ㆍ저효율의 경제논리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러나 왕의 전 재산을 투입하고 약탈적인 세금징수까지 불러왔던 중세시대 성채 건설은 '기회비용'측면에서 탁월한 선택이었다. 왕조와 영토를 지켜내는 일이 무력의 성과에 달려 있던 시대에 잘 지은 성채 하나는 상비군을 유지하고 들판에서 전투를 치르는 비용보다 훨씬 싸게 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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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5세기 이탈리아 도시국가에서 번성한 용병제는 로마식 공화정이 붕괴한 자리에 등장한 전제적 군주와 세속적인 도시국가들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그러나 오로지 돈을 위해 고용된 용병들에게 얼마나 강한 충성심을 기대할 것인가. 여기서 '인센티브 제휴'라는 현대적 노동계약이 꽃폈다. 초창기 한두 장의 간단한 내용 명시에 그쳤던 계약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길고 복잡해졌다. 장비와 숙박, 급료 등 기본적인 내용에서부터 당해 시즌 성적이 좋을 경우 후한 보너스를 제공하며 다음 전쟁 시즌에 더 좋은 조건으로 재계약한다는 옵션이 추가됐다. 여기에 서로 신뢰를 지킬 경우 '평판자본'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게 돼 용병시장은 수많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활동하는 분주한 공간으로 발전해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이 독일 베를린에 퍼부은 전략폭격은 '한계수확체감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21세기 전쟁의 정의는 급속히 변하고 있고, 현대인은 눈에 보이는 물리적 위협뿐 아니라 수시로 발생하는 테러와 맞닥뜨리며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전투와 전쟁을 새로운 경제적 차원에서 조망하고 대비할 시각이 절실해졌다고 지적한다. 3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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