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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나는 타협책부터 찾는다

제3보(25∼37)<br>○백홍석 6단 ●박정환 3단 <제4기 십단전 결승3번기 제2국>



흑25로 우하귀를 단단하게 지키는 것이 이 상황에서는 정답이다. 여기서 백홍석은 한참 망설였다. 7살 연하인 상대가 계속 손빼기작전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관성있게 참고도1의 백1로 못질을 하자니 흑2가 눈에 거슬린다. 그 코스는 백이 내키지 않는다. 백홍석은 지긋이 참고 백26부터 두었다. 이렇게 되면 흑27은 당연한 수가 된다. 흑돌을 수습한다는 것보다 백돌을 공격한다는 착상이다. 백32까지의 뜀뛰기는 필연. 흑33에 젖힌 것은 이 방면에 힘을 비축하여 하변에서 흘러나온 백을 덮치겠다는 작전이다. 그것을 눈치채고 백홍석은 얼른 36으로 지켰다. 싸움을 즐기는 기사라면 흑35로는 참고도2의 흑1에 이단젖힘을 하고 계속해서 흑5, 7로 난투를 시작할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박정환은 꼭 유망한 전투라는 확신이 설 때가 아니면 절대로 먼저 칼을 뽑지 않는 체질이다. 2007년 11월 15일 박정환은 2단의 몸으로 한국마스터즈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상대는 권갑룡도장 동문선배인 김지석4단이었고 전적은 2승1패의 우승이었다. 그때 기자 한 사람이 박정환에게 물었다. "기풍이 이세돌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자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기자) "이세돌 사범님은 발빠른 전투형입니다. 하지만 저는 전투형이라기보다는 두터움을 바탕으로 실리를 추구하는 편입니다. 저도 전투를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먼저 싸움을 거는 편은 아닙니다. 갈림길에서는 먼저 타협책부터 찾습니다."(박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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